육백이는 직립보행을 한다

by 참울타리

육백이는 밥 앞에서만 사람이다.

한우 냄새가 나면 누구보다 먼저 식탁 앞에 선다.

필요에 의해서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한 입만…”을 이야기하다가

식탁에서 하나 얻어먹는 순간,

그 눈빛은 하이에나로 바뀐다.


평소엔 상추 줄기도 좋아하는 채식동물이지만,

한우 앞에서는 가차 없다.

그땐 상추를 퉤, 하고 뱉는다.

너만 입이 아니라는 듯 눈으로 흘기며,

다시 애처로운 낑낑거림을 시전한다.


애 버릇 나빠진다고 뭐라 하는 아버지,

이 다 빠진다고 후후 한우를 불어서 식히는 어머니를 보다 보면

이 놈은 개가 아니라, 우리 집 막내 손주다.


예로부터 식구란, 같이 밥 먹는 사이를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육백이는 진정한 우리 집 ‘식구’다.


요즘은 소파를 오르내리다

가끔은 관절이 아픈지 절룩인다.

무쇠로 만들어진 관절 같았던 과거와는 다르다.


그럴 때면 나는 괜스레 심란해진다.

언제나 청춘 같던 육백이도

이제 나이를 먹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식사 시간이 되면

쪼로로 달려와 직립보행 묘기를 보여준다.

그걸 보면, 아직 괜찮다 싶다.


오늘도 성공적인 얻어먹기를 마친 육백이는

내 옆에 와 눕는다.

따뜻한 숨결이 팔 위에 닿는다.

육백이 머리 무게 때문에 팔이 저릴꺼 같지만

뺄 수가 없다. 이 따스함을 오래토록 기억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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