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

by 참울타리


“저 호텔에 가야 해요. 제가 가지 않으면 호텔 측에서 제 물건들을 다 임의로 처리해 버릴 거예요!”


어젯밤 입원한 25세, 임신 중기 산모가 아침부터 침대 위에서 앞뒤로 몸을 흔들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목소리를 떨며 반복해서 소리쳤다. 간호사는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린 채 내게 급히 보고했다. 나는 차트를 펼쳐 그녀의 기록을 확인했다. 집이 없어 싼 모텔을 전전했고, 임신 중에도 하루 두 번씩 펜타닐을 흡입하고 있었다. 소변 약물 검사에서는 마리화나, 펜타닐,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까지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다.


병동으로 향하자, 수간호사 선생님의 근심 어린 얼굴이 나를 맞았다. 나는 곧바로 말했다. “병동에서 바로 환자의 의사 결정 능력을 평가하고, 자가 임의 퇴원이 가능한 케이스인지 함께 확인합시다.” 이미 정신과 팀 컨설트를 요청했지만, 도착 시간은 불확실했다. 손을 놓고 기다릴 수 없었다.


병실 문을 열자, 그녀의 떨리는 손과 목소리가 눈앞에 잡혔다. 가볍게 내 소개를 마치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병원을 떠나야 하는 거죠?”

그녀는 불안한 듯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제가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데, 오늘 직접 가서 서류에 사인하지 않으면 쫓겨나게 돼요.”


그녀는 중등도의 마약 금단 증상을 보이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호텔에 연락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까요?” 그러나 그녀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상황 자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 점이 오히려 내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타이밍 좋게 정신과 팀이 병동으로 들어왔고, 나는 일단 팀에게 맡기고 내과적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났다.


산모는 CT와 같은 방사선 촬영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는 한 찍을 수 없었다. 나는 초음파 판독과 랩·이학적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캠퍼스 산과 선생님과 케이스를 논의했다. 산과 선생님은 친절했지만, 이 복잡한 케이스를 맡고 싶지 않다는 내적 외침이 그대로 전해졌다. “볼 수는 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방어적 태도였다. 보험도 없는 이 환자를 대학병원에서 받아줄 리는 만무했다.


통증의학과 컨설트에서는 “자기네는 금단 치료를 맡을 수 없으니 공식적으로 케이스를 맡을 수 없다”는 뻔한 답변이 돌아왔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마지막 한 줄이었다. 서부텍스(Subutex)를 절대 쓰지 말라는, 다소 친절하게 강조된 추천이었다.


곧 풍랑이 몰아칠 망망대해에서 배의 키를 맡고 싶지 않은 기분은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은, 키를 잡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 내게 “키를 놓고 알아서 자율주행하라”고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논리적으로 이해는 되었다. 약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외래 팔로업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금단 치료약을 시작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하지 않아도 좋을 법한 말이었다.

정신과팀에서 최종 결론이 나왔다. 호텔에까지 연락해 확인한 결과, 호텔방 문제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상태가 조금 나아지는 듯 보이자, 금단 증상이 더 큰 문제로 다가와 병원을 떠나야 한다는 거짓말을 지어냈던 것이다. 이에 따라 1013(강제 입원)이 시행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가서 지금까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이전에 서부텍스를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 다른 마약성 진통제와 함께 쓰면서 금단 증상이 급격히 나타나는 경험—precipitated withdrawal—을 겪은 적이 있어, 더 이상 서부텍스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호텔방에 남아 있는 서부텍스의 용량과 개수를 확인한 뒤, 이 약을 시작하게 되면 퇴원 후 집에 남은 약이 떨어지기 전에 반드시 외래에 내원해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서부텍스와 펜타닐을 함께 사용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에는 병원을 임의로 퇴원하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클리닉이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최종적으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 시간을 확인하고 서부텍스를 시작했다. 나의 간절한 마음이 통한 것일까. 그녀는 큰 금단 증상 없이 입원 기간 동안 잘 지냈고, 퇴원하는 날에는 20대 중반의 싱그러운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항생제를 처방하고, 외래에서 다시 팔로업할 것을 분명히 지시했다.


“저 지금껏 병원도 다니지 않았는데, 이제는 약도 끊고, 뱃속 아이를 위해 잘 살아보려고요.”


입원 기간 내내 나는 그녀가 아이에 대해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퇴원할 때,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인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걱정했다. 불행히도 나는 그녀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 없다.


그녀와 대화를 마치고 복도를 걷다 통창으로 산딸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봄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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