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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10. 2023

익는, 익어가는

장호 더 그릴 닭갈비


철판 닭갈비, 숯불 닭갈비? 당신의 선택은? 이 선택에 나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철판 닭갈비를 외칠 수 있다. 그러니깐 나의 최애는 무조건 철판 닭갈비란 뜻이다. 다만, 아이들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서 우리 가족이 춘천에 오면 선택지는 늘 숯불 닭갈비일 따름이다.  


   치익-. 칙. 불판에 올린 숯불 닭갈비는 쉴 새 없이 뒤집어 줘야 한다. 그래야 타지 않고 고르게 잘 익는다. 다만, 우리 가족처럼 닭 껍질을 먹지 않는 경우, 껍질 쪽이 숯을 향하게 한 상태로 오래 놔둔 후에 뒤집어 줘야 한다. 그래야 껍질만 쏙 잘 떨어진다.


   부지런히 뒤집은 숯불 닭갈비는 먹기 좋게 잘라준 후, 노릇하게 잘 익혀서, 식당에서 제공되는 양파절임, 고추장아찌, 쌈무, 궁채장아찌 등과 곁들여서 먹는다. 상추 위에 양파절임을 얹고, 취향에 따라, 먹고 싶은 반찬을 넣은 후, 쌈장 콕 찍어 쌈을 싸 먹으면 된다.


   우리 가족이 벌써 7년 정도 오고 있는 이 집은 장호닭갈비, 혹은 장호 더 그릴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원래 철판 닭갈비에서 시작해서 새롭게 건물을 짓고 숯불 닭갈비를 시작했단다. 여전히 바로 옆에 철판 닭갈비 집이 있긴 한데, 원래 한 집이라고는 하지만, 맛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사뭇 다른 분위기다.


   소양강 댐 올라가는 길에 있는 이곳은 춘천의 또 다른 명소인 ‘감자밭’ 카페 바로 옆에 있다. 사실 이 동네 숯불 닭갈비 중에는 ‘토담 닭갈비’가 가장 유명한데, 우린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다. 정착하게 된 이유는 아이들이 이곳의 ‘레몬 간장 닭갈비’ 맛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이 집에는 세트 메뉴도 있고, 닭갈비는 소금, 레몬간장, 양념 이렇게 세 종류가 있지만, 우리는 무조건 레몬간장이다. 이게 맵지도 않고, 감칠맛이 있어, 온 가족이 다 맛있게 잘 먹는 메뉴다. 후식 메뉴의 경우, 막국수, 철판볶음밥, 샐러드 등이 있지만, 이 집은 된장찌개와 밥이 최고다. 참고로 이날 나물이와 까꿍이는 각자 닭갈비 2인분씩을 공깃밥 반공기와 함께 먹고, 나머지 반공기는 된장찌개와 뚝딱 해 치웠다.


   이 가게는 생각보다 공간이 넓다. 이날은 우리가 평소보다 늦게 갔더니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식사 중인 분들이 다 먹어야 자리가 나는 게 아니라, 아직 오픈하지 않은 공간을 준비하느라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금방 자리가 났다. 게다가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들이 모두 친절하다. 손님이 적을 때는 수시로 와서 닭갈비가 타지 않도록 구워주신다.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밑반찬과 야채가 모두 무한리필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야채나 반찬을 내어 주지만 이후로는 셀프바에서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상추를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은 이날 네댓 번은 족히 산더미처럼 가져다 먹었더랬다.


   아쉬운 점은 어느 순간 쌈채소에서 깻잎이 빠졌다는 점이다. 닭갈비에는 무조건 깻잎이라는 명제를 지닌 나에겐 너무나 아쉬운 점이다. 초반엔 깻잎이 셀프바에도 있었다. 어느 순간 스리슬쩍 사라져서, 요청하면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더니 이젠 아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매번 닭갈비 집 가기 전에 꼭 깻잎을 따로 챙기자고 생각했다가 늘 잊어버리고 그냥 가곤 한다. 깻잎만 부활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는 식당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춘천에 오면 일정이 어떻게 되든지 꼭 한 번은 여기에 들른다. 아침 겸 점심으로 식사한 후에, 핫플 카페를 찾아가는 게 일종의 코스다. 그 옛날 성심 씨와 사진 씨는 꼭 원주에서 외갓집 식구들이 놀러 오면, 단골 철판 닭갈비집을 갔다가 어린이회관이나 구봉산으로 가는 게 코스였듯이 말이다. 나물이와 까꿍이에겐 닭갈비 하면 이젠 이 집이 제일 먼저 떠오르겠지?!


   우리의 기억은 추억으로 익는, 아니 익어가는 중이다. 알맞게, 잘, 맛있게 익기 위해서는 기억을 쉴 새 없이 가꿔야 할 것이다. 그래야 타지 않고, 바래지 않고, 익어갈 테니까. 여기서 오늘도 우리의 기억은 익는, 아니 익어가는 중-.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서른여섯번째

#Cre쎈조

#춘천_맛집_장호더그릴_장호닭갈비  

#추억을_먹는_달팽이_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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