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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17. 2023

매일 먹어도 사랑스러운

이화 찹쌀 순대


당면순대를 싫어한다. 찹쌀순대도 그저 그렇다. 병천순대 스타일의 피순대를 좋아한다. 이건 정말 성심 씨의 입맛을 똑 닮았다. 성심 씨도 순댓국집에 가서 순대만 먹곤 했다. 어렸을 땐, 퍽퍽한 간을 더 선호하던 내가, 어느 순간 성심 씨처럼 순대만 찾고 있다.


   순댓국밥을 먹으러 가면 보통 정식을 먹는다. 정식은 순댓국, 밥, 그리고 순대나 머리 고기를 따로 준다. 다만, 그렇게 먹으면 밥을 반 공기 넘게 남긴다. 어느 날부터 모둠순대를 먹으면 밥 없이 국물만 준다는 걸 알았다. 다소 비싸지만, 요즘은 그렇게 먹는다.


   국밥을 먹을 때도, 국에 밥을 말지 않는다. 밥을 떠서 국물에 적셔 먹는다. 국물도 처음엔 그냥 먹다가 부추와 들깻가루, 새우젓, 다대기를 차례로 넣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순댓국을 좋아하는데 국에 들어있는 순대는 싫어한다. 당면순대로 끓인 국은 특히 더 사양이다. 당면이 팅팅 불어 있어서 그렇다.


   이렇게나 순댓국에 까다로운 나에게 나또님이 그런다. 진짜 맛있는 순댓국집이 있다고. 인천에서 워낙 유명한 집인데, 여기 순댓국을 먹은 이후로 다른 곳에선 먹을 수가 없단다. 다른 곳은 잡내가 난다나? 어쨌든 우리 나또 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와 교제하기 전에는 순댓국을 먹어본 적이 없는, 귀하디 귀한 입맛의 소유자이시다.


   순댓국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나또 님에게조차 인정받는 집이라니, 호기심이 들었다. 다른 분께 여쭤보니, 순대를 먹지 않는 분조차도 여기 순댓국은 잘 드신단다. 다대기를 빼 달라고 하면 아기들도 잘 먹는다고 한다. 다만, 나의 취향상의 문제로 인해 이 집에 가기가 다소 꺼려진 건 사실이다.


   이름처럼 이 집은 찹쌀순대가 전문이다. 게다가 애초에 국물에 밥을 말아주신다. 뚝배기에 순댓국에 밥을 넣어 토렴 한다. 다대기까지 얹은 후, 숟가락까지 탁 꽂아서 주신다. 그래서 테이블엔 숟가락이 없다. 내가 먹는 방식과 완전 다르다. 고민이 되었지만, 나또 님이 하도 추천하기에 지난여름에 직접 가 봤다.


   세상에. 한 번 먹고 나니 여기 순댓국만 생각난다는 나또님의 말이 완전 인정되었다. 깔끔한데 깊다. 잡내가 1도 없다. 순대는 찹쌀로 가득 차 있다. 후추 맛이 다소 강하지만, 새우젓 없이도 먹을 수 있다. 가게에 갔을 때, 모둠순대와 순댓국을 먹었는데, 모든 메뉴가 엄지 척이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줄을 서서 먹는지 이해가 되었다.


   어제는 아이들이 요리부에서 만든 햄버거를 저녁으로 먹는다기에 우리는 어떻게 할지 하다가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여기를 떠올렸다. 전화로 포장 주문을 하고 매장에 갔다. 애매한 시간인데 여전히 사람이 많다. 순댓국 2개와 순대 소를 주문했다. 집에 와 보니, 끓여야 한다. 그런데 포장은 공깃밥이 없다.


   국과 따로 주신 순대와 머리 고기 등을 넣고 끓였다. 다대기를 넣으려다가 혹시나 해서 일단 지켜봤다. 아이들이 햄버거가 느끼하다나? 본인들이 만들어 놓고, 갑자기 순댓국과 밥을 달란다. 부랴부랴 즉석밥을 더 돌린다. 밥과 국물, 순댓국에 든 고기를 주니, 역시 추운 날엔 순댓국이란다. 다대기를 조금 넣어줬더니 이 맛이라고 엄지를 척 올린다.



   결국 순댓국 2인분으로 온 가족이 배부르고 따숩게 먹었다. 나물이와 까꿍이 말로는 베스트 3 국물 메뉴에 순댓국이 등극했단다. 다음엔 매장에서 직접 먹어봐야겠다. 아, 포장하니, 좋은 점은 국이랑 밥을 따로 먹을 수 있다. 토렴 한 것도 맛있었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다. 내 스타일로 먹으니, 이것도 좋긴 좋다. 포장이든 직접 방문이든 다 좋다.


   성심 씨가 좋아라 하던 순대를 진심이가 좋아하게 됐다. 진심이를 좋아하는 석진이가 함께 순댓국을 먹게 됐다. 진심이와 석진이가 데이트할 때, 먹던 순댓국을 이젠 나물이와 까꿍이가 즐긴다. 어쩌면 ‘이화찹쌀순대’가 계속해서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도 우리 집처럼 순댓국의 내력(?)이 이어지는 가족들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먹었음에도 오늘 또 먹고 싶어 진다. 이러니 살이 찌지 싶지만... 뜨끈한 국물을 후후 불어 밥과 함께 깍두기 얹어 후루룩 먹는 그 맛. 찹쌀이 가득 든 순대를 입 안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는 맛. 어쩌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맛일지도 모르겠다. 나또를 보면, 나물이를 보면, 까꿍이를 보면, 매일 봐도 지겹지 않고, 사랑스러운 것처럼.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마흔세번째

#Cre쎈조

#추억을먹는달팽이_시즌2

#인천맛집_순대국_이화찹쌀순대_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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