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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31. 2023

집 앞에서 먹는 집밥

인천 목련집


무려 집 앞에서 먹는 집밥이다. 이보다 꿀맛일 수 있을까? 솜씨 좋은 친정엄마가 정성껏 차려 주신 듯한 정갈한 반찬들, 따스한 밥 한술과 뜨끈한 찌개, 맛없없(맛이 없을 수가 없음)의 끝판왕인 제육볶음까지 먹고 있노라면 여긴 집이 맞다. 밥 먹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나른하게 누워 쉬고픈 마음이 드는 그런 포근한 친정집, 인천 법원 먹거리 골목 안에 위치한 목련집이다.  


   우리 집 앞에는 법원과 검찰청이 있다. 변호사 사무실과 법무사 사무실도 엄청나게 많다. 당연히 그분들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골목에 즐비하다. 사거리엔 ‘법조타운 먹거리’란 구조물까지 세워져 있다.


   아무리 불량 주부라지만,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가는 일은 드물다. 나또 님도 교역자분들과 식사하러 이쪽으로 오긴 한단다. 다만, 주차가 복잡하고 교회와 다소 거리가 있어 가끔 온단다.


   어쨌든 근처에 직장인들이 많으니, 그들을 위한 식당이 많을 것 같은데, 의외로 다들 코로나를 버티지 못했나 보다. 나또 님 말로는 근처에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들이 모두 자취를 감췄단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식당이라니, 한층 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금요일 밤까지 국제교류 팀을 인솔하느라 피곤했다. 월요일 오후에는 조퇴하겠노라, 교장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부장님 앞에서 선언(?)을 했다. 연가를 써도 좋다고 했지만, 양심상(?) 조퇴를 했다. 뭐가 됐든, 오랜만에 나또 님과 점심을 먹게 됐다.


   1시가 넘어서 그런가, 식당 안은 한산했다. 가격대는 8천 원에서 9천 원 수준.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애피타이저로 먹을 수 있는 무쌈말이를 하나씩 먹었다. 새콤하고 고소하니, 입맛을 돋우었다.


   고소하고 짭조름하게 볶아진 어묵볶음, 통통한 계란말이, 맛있는 콩나물무침, 양념이 맛있었던 두부조림, 아삭하고 입맛에 딱 맞았던 무생채, 말캉말캉한 도토리묵무침, 호로록 잡채, 건강한 양배추 쌈까지. 어느 것 하나 손이 덜 가는 음식이 없다. 이렇게 모든 반찬이 다 맛있다고? 나또 님과 둘이 다 먹어 치우고 나온 건 안 비밀이다.


   그렇다고 메인이 허술하진 않다. 무려 김치찌개는 선택지도 주신다. 이날은 나또님과 함께인지라 무난한 돼지고기김치찌개였지만, 다음엔 참치김치찌개도 먹어 보고 싶다.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평범함 속에 깊은 맛을 내기 힘든 게 김치찌개인데 그걸 잘 잡아낸 맛이다. 제육볶음은 불맛이 느껴져서 더 감칠맛이 감돈다. 역시 맛없없의 정석이다.


   게다가 남들이 일할 때, 먹는 집밥이 아닌가. 무려 내가 차린 것도 아니다. 남이 차려준 정성스러운 밥상이다. 그것도 단돈 9천 원이다.


   육아로 인해 집이 직장 같은 당신, 찐 직장이라 집밥이 그리운 당신, 정성 어린 손길이 담긴 밥상이 먹고 싶은 당신, 여기 목련집에 한 번 들러보시라. 참고로 배달의 민족에서는 2인분 이상 배달도 된다. 집에서 손 하나 까닥하지 않은 집밥이 필요하면 배달도 좋지 아니 한가.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쉰일곱번째

#에이뿔          

#인천_맛집_목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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