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미끄럽대? 부숴버려, 컴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며 드는 생각

by 자전거 탄 달팽이
출처: 스트릿 우먼 파이터 공식 홈페이지

‘2021년 여름, 춤으로 패는 여자들이 온다, 여자들의 춤 싸움’. 최근 핫한 인기몰이 중인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문구다. 그래, 처음엔 우리 모두 언니들의 춤 싸움이 벌어지는 줄 알았다. 등장부터 화려하고 힙한 언니들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녀들의 현란한 배틀은 우리의 마음조차 송두리째 빼앗았다.


처음엔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게 싸움 구경이라고, 1대 1 배틀을 하는 언니들의 싸움이 참 재미있었다. 춤에 관해서는 1도 모르지만, 그녀들이 배틀 상대와 겨루며, 자신만의 춤을 선보이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녀들의 싸움이, 그녀들의 고군분투가 눈물겹게만 느껴진다.


언니들은 어쩌면, 배틀 상대와 싸우는 게 아니라, 딱딱하고 미끄러운 유리 바닥으로 대변(代辯)되는 누군가와 싸우는 건 아닐까. 이 세상엔 유리천장을 깨부수려고 노력하는 언니들뿐 아니라, 저 유리 밑바닥에서 그 유리 바닥을 깨부수려고 싸우는 언니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랬다. 배틀에 참여하는 언니들은 싸워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미끄러운 유리 바닥이라는 환경과 1차적으로 싸워야 했다. 그녀들의 힙하고 독보적인 춤에 비해 다소 밋밋하고 진부한 심사평과도 싸워서 이겨야만 했다.


조명과 카메라는 어떻고. 언니들의 움직임을 돋보이게 해줘야 할 조명은 그녀들의 움직임을 가리는 데 급급했다. 선공개 영상에선 언니들의 에너지 넘치는 무브가 아니라, 얼빡(주: 얼굴이 여백 없이 빡빡하게 들어가 있는 사진이나 영상) 샷이나 실컷 보여주고 만다. 얼빡이 기어코 빡침을 부른다고나 할까.


가장 최악은 약자를 지목하는 방식일 것이다. 애초에 싸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함께 해야 할 이들을 모아놓고, 서로를 밟으며 깎아내리라고 하는 이들과 언니들은 여전히 싸우는 중이다. 당당하고 멋지게 자신들의 춤으로만 배틀을 벌여야 할 언니들은 누군가의 약함을 건드리라는 외압에 몰려있다. 그 압력조차 춤을 통해,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 중이지만 말이다.

언니들의 싸움을 보며, 갑자기 아이가 읽던 동화책이 생각났다. 숲 속에 갑자기 생긴 유리 카페로 인해, 새들이 계속해서 다치고 만다. 책 제목처럼 하늘이 딱딱해서 생기는 일이다. 새들은 회의를 열어, 딱딱한 돌멩이로 유리를 깨 보기도 하고, 천천히 슬슬 날아보기도 하고, 나뭇잎을 붙여 보기도 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결국, 새들은 맛나고 신나고 통쾌한 방법을 찾아낸다. 잔치를 벌여, 다양한 음식을 나눠 먹은 새들이 딱딱한 유리 하늘에 알록달록 똥을 싼다. 알록달록한 똥으로 뒤덮인 유리 카페는 더 이상, 새들을 다치게 하는 딱딱한 하늘이 아니었다. 새들은 유리 카페를 알록달록 똥 카페로 바꿈으로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냈다.



언니들을 둘러싼 주변은 여전하다. 그녀들은 유리 바닥 위에서 여전히 위태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다만, 스리슬쩍, 홈페이지에 등장한 5천만 원의 상금처럼, 조금씩 유리 바닥은 깨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맛나고 신나고 통쾌하게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자기들을 지켜낸 새들처럼, 그녀들의 싸움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이미, 언니들은 충분히 멋지다. 결국엔 가장 신나고 통쾌하게 유리 바닥을 깨부술 것이라 믿으며, 그녀들의 싸움을 오늘도 응원한다. 그녀들은 자유롭게 춤을 춰야 하니깐.


바닥이 미끄럽대? 부숴버려, Come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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