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로 할인받고, 플랜을 돕다

by 자전거 탄 달팽이

우리 가족의 16번째 기부처가 정해졌다. PLAN(주: 플랜코리아인데 이하 플랜)이란 곳이다. 우리 가족은 굿네이버스에서 주는 할인권을 받아, 아쿠아리움에 구경 갔을 뿐이었다.


올해 큰아이 생일은 추석 당일이었다. 아이는 얼마 전부터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어 했다. 둘째의 코로나 검사로 인해, 자칫 못 갈 뻔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큰아이 생일 전날,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다녀올 수 있었다.


굿네이버스에서 준 할인권을 야무지게 챙겨갔는데, 50%나 할인을 받았다. 반값에 아쿠아리움 구경이라니, 기부를 많이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어 기뻤다. 아이들도 제법 커서 그런지, 아빠 핸드폰을 들고 여기저기 촬영을 하고, 아쿠아리움을 흠뻑 즐겼다.

중간쯤 다다랐을 때,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는 곳이 나왔다. 좀 앉아서 쉬려는데 한 청년이 다가왔다. 아이들 팔찌에 무료로 각인을 해 준다고. 아이들도 좋다기에 선뜻하겠다고 했다. 팔찌가 각인되는 동안, 청년이 무언가를 들고 와,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랑 같은 광역시에 산다는 이 청년은, 선교를 다녀와, 이 일을 하게 됐단다. 세상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특히 플랜은 조혼 풍습이 있고, 교육의 기회조차 박탈된 나라의 어린 소녀들을 돕는 단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린 이미 15곳에 기부를 하고 있지만, 청년이 설명하는 단체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나물이와 까꿍이도 이미 기부 서약서에 서명할 기세였다. 기부천사 남의 편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결국, 우리의 16번째 기부처는 PLAN이 되었다. 굿네이버스로 할인받아 여기까지 왔는데, 새로운 기부처가 생기다니. 이것은 남의 편의 Plan일까, 우리 가족을 향한 그분의 크신 Plan일까.


나조차 궁금한 질문, 청년이 남의 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그렇게 많은 곳을 돕고 계시냐고, 그리고 또 PLAN을 어떤 마음으로 돕게 되셨냐고. 순간 대답을 하는 남편의 고동색 목소리가 아쿠아리움의 모든 공기와 소리와 냄새를 뚫고 나의 피부에 닿았다.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알게 된 이상, 어떻게 돕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렇게라도 도와야지요.”


그래, 그분의 Plan일지도 모르겠다. 애초부터 저렇게 남의 편에게 따스한 고동색 목소리를 주신 것부터가, 그래서 차갑고 딴딴한 내 마음을 녹이는 것부터가, 그렇게 우리의 기부처가 16곳이 된 것 모두가 말이다. 우리는 기부처로 인해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또 다른 기부처를 얻었다.

굿네이버스로 할인받고, 플랜을 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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