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리뷰
언니들의 공동체, 10월 책 읽기 챌린지로 ‘오만과 편견’을 읽었다. 부끄럽지만, 이 책을 처음 읽어 봤다. 읽다 보니, 자꾸 김은숙 언니(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집필한 작가. 이후 언니로 호칭 통일)가 떠올랐다. 낯선 작품에서 익숙한 언니의 향기가 난다.
오만과 편견에 나온 엘리자베스는 말 그대로, 결혼 한 방에 성공한 삶을 살게 된 여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데렐라, 그 자체였다. 물론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지만 말이다.
엘리자베스에게 왕자님과 같은 존재인 다아시와의 첫 만남은 둘 다 썩 좋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은숙 언니의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어, 나한테 이런 태도인 여자는 네가 처음인걸.’ 하는 느낌.
처음엔 은숙 언니의 작품 중, 파리의 연인 속 김정은이나, 도깨비 속 김고은이 많이 떠올랐다. 특히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티티카카를 볼 때면 더더욱 그랬다. 물론 둘은 찐으로 티티카카를 주고받기보다는, 편지로 주고받을 때가 많았지만, 어쨌든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났다.
그러다가 문득, 제인 언니가 글을 쓴 시대를 생각해 봤다. 1700년대 후반에서 1800년대 초반. 글 속에서도 언급이 되지만, 여자들은 딸이란 이유로 아버지의 재산조차 직접 물려받을 수 없는 처지인 시대였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베넷가의 딸들은 무조건 앞으로의 삶을 위해 부자 남자와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사실, 엘리자베스가 제일 대단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엘리자베스네 재산을 모두 물려받게 될, 먼 친척인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하는 부분 말이다. 결국 그자(者라 쓰고 놈이라 읽기)는 바로 다음 날, 옆집 처녀이자 엘리자베스의 절친인 샬럿에게 청혼하고 둘이 그럭저럭 잘 먹고 잘살게 된다. 물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랑 결혼하여 더 잘 먹고 잘살지만.
엘리자베스는 언니인 제인도 빙리 와의 사이가 틀어지고, 자신조차 콜린스와의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엄마의 말처럼 아버지가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지금 그녀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바로 콜린스에게 넘어가니깐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감정과 판단, 의지에 따라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하는 용기가 참 존경스러웠다.
게다가 자신과 다아시의 사랑에 확신이 생기자, 자신들의 사랑과 결혼을 방해하는 캐서린 부인에게 자기의 할 말을 다 하는 것도 참 멋졌다. 캐서린 부인은 보통 은숙 언니 드라마에서 이 돈 먹고 떨어져라 하는 시어머님 느낌이었는데, 대부분 그런 상황이면 여자 주인공들은 돈도 거절하고 남자 주인공 몰래,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
캐서린 부인은 다아시의 숙모였지만, 자신의 딸과 다아시를 결혼시키려고 하고 있기도 했었기에, 더욱더 엘리자베스를 못마땅해했다. 이런 멋진 언니가 결혼이 여자에게 인생의 전부인 시대에 그려진 인물이라니. 작가인 제인 언니의 멋짐을 감히 글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당시 여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일이었을까. 그렇게 오만한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은 또 어떻고. 그 편견을 오만하지 않게, 우아하게 깨뜨리며 자신의 사랑을 찾아낸 엘리자베스를 보니 다른 인물이 떠올랐다.
미스터 션샤인 속 고애신. 어쩌면, 엘리자베스는 고애신일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베스는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살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런 그녀의 행보와 선택들은, 나라를 위해 바늘 대신 총을 들었던 고애신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꽃은 꽃이되, 불꽃으로 살았던 고애신처럼 말이다.
은숙 언니의 드라마 속 대사를 빌려, 제인 언니의 책 속 엘리자베스의 삶을 평가해 보련다. 스스로를 빛내는 불꽃처럼 살았던, 엘리자베스. 다만 그녀는 불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