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다르지만, 그저 좋을 수 있기를

by 자전거 탄 달팽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클래식 앨범 한정판 바이닐

작년 이맘때쯤 방영된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다가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여전히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이지만, 매일 일정한 시간에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니, 같은 곡임에도 연주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의 연주는, 노을빛에 빛나는 노신사의 은빛 머리칼 같은 느낌으로, 어떤 이의 연주는 잘 깎아 놓은 밤톨을 아그작 깨문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 다른 이의 연주는 오후에 고급 호텔에서 마주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마주한 듯하다. 때론, 덕수궁 석조전에서 커피를 내려 마셨던 누군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분명 같은 곡인데, 연주자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니. 같은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주하지만, 협연하는 오케스트라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어떤 연주는 차갑고 시린 겨울 아침 따스한 커피 한 잔을 감싸 쥔 느낌으로 다가왔고, 어떤 연주는 황금빛 물결로 출렁거리는 가을날의 논처럼 풍성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했다.


같은 곡인데, 같은 연주자인데도 다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니, 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니 신기했다. 그 다름을 마주해보니, 나의 글쓰기가 떠올랐다.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 모두 다르게 다가가겠지, 다가서겠지.


감히 소망해본다. 다 다르겠지만, 그저 좋을 수 있기를. 내가 다 다른 느낌의 연주를 들으며, 마주하며, 느끼는 그 감정들이 모두 다르지만 좋았던 것처럼,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가가기 위해, 나는 더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테지만, 더 진심을 담아 써야 할 테지만 말이다.


때론, 누군가의 G랄을 받아내느라 얹힌 듯한 감정을 풀어줄 수 있는, 한없이 구겨진 마음은 따스하고 곱게 펴 줄 수 있는, 차갑고 시린 마음을 녹여 줄 수 있는, 그런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다 다르지만, 그저 좋을 수 있기를.



*링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 실황.


https://youtu.be/fr976_FAFs4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콩 심은 데 콩 난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