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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Dec 07. 2021

학교에 나오지 마세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면 등교가 시작됐다. 한국어 학급은 원래 전면 등교로 수업을 진행하던 곳도 있었기에, 큰 감흥은 없었다. 아뿔싸. 전면 등교가 시작되자마자 학교에 확진자가 나와 아이들이 대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한국어 학급 아이들이 ‘자가격리’가 무엇인지, 자신이 왜 ‘자가 격리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자가격리 중인데 친구네 집에 가서 원격수업을 듣는 아이, 학교에 오는 아이, 당장 한국어 학급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도 있었다.


   학교에 온 아이들에게는 학습지를 줘서 돌려보내고, 남은 아이들에게 자가격리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이미 자가격리에 들어간 친구들에게는 전화나 카톡으로 이 모든 걸 대신했다. 나와 다문화 언어 선생님은 이것 때문에 이틀 정도 밤늦게까지 전화통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자가격리에 들어간 아이들을 위해 원격수업도 진행됐다. 아이들을 위한 단톡방을 따로 만들어, 매일 아침 동영상 링크를 올리고,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줬다. 숙제를 한, 인증샷을 받아 출석 체크를 했다.


   드디어, 아이들의 자가격리가 해제되는 날이었다. 갑자기 지역에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단다. 그 정점에 있는 교회에 한국어 학급 아이들이 다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밤늦게까지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는지, 있다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과 본인이나 가족 중에 코로나 검사를 받은 사람이 있으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등교할 수 없다고 안내하기 시작했다.

   주말에 갑자기 보건 선생님과 부장 선생님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한국어 학급 학생 중, 부모님이 오미크론 바이러스 감염 의심이 되니, 학생과 접촉한 모든 이들에게 주말에 선제 검사를 받도록 지침이 내려왔단다. 나와 다문화 언어 선생님은 부랴부랴 아이들 명단을 파악해서 보고하고, 검사자를 선별, 개별적으로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몇 시까지 어디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까지 했다. 당연히 나와 선생님도 지정된 장소에 가서 검사를 받고 왔다.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뒤척였다. 심지어 내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실려가는 꿈까지 꿨다. 그저 꿈이었는지 ‘음성’ 판정 문자를 받았다. 다행히 최초 오미크론에 노출 의심 학생도 ‘음성’으로 나왔다. 한숨 돌리나 했는데, 아이 하나가 문자를 못 받았단다. 보건소에 전화해보니, 아이 핸드폰 번호는 제대로 되어 있었다. 결과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알 수 없었다. 계속 보건소에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결국, ‘음성’ 판정 문자를 받았단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끝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다시 끝을 알 수 없는 수렁 속에 빠진 기분이다. 특히 뉴스에 나오는 그 변이 바이러스가, 바로 코앞에 와서 어른거리니 더 그렇다. 게다가 학교에 오는 게 당연해야 할 아이들에게 ‘학교에 오지 마세요’라고 전화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울적해지곤 한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싶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는 찰나, 최초 오미크론 노출 의심 학생도 증상이 있어, 검사를 받으러 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학생들에게 ‘학교에 나오지 마세요.’를 외칠 것 같다. 학교에 나오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위험한 일이 되어가는 현실이 슬픈 요즘이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빨리 학교에 오세요, 지각하지 마세요.’ 전화를 돌리던 그때가 그립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수업하던 그때를 떠올리며, 그날을 기다리며, 그저 모두 안온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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