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2020년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지난 2년은 마치 누군가에게 도둑맞은 것 같다.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말드라마 주인공처럼, 지난 2년간의 기억을 모두 송두리째 빼앗긴 기분이랄까.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은 자기 앞에 세 명의 아이들이 있어, 자신의 현재를 가늠했다. 나에게 누군가가 도려낸 듯한 지난 2년을 떠올리게 하는 건, 오로지 글이었다. 지난 2년간 쓰고뱉다를 통해 쓰고 뱉은 그 글들만이 지난 2년이란 시간을 증명해 준다고나 할까. 그 글들이 없었다면, 지난 2년간의 나의 삶을 부정하며 2020년 달력을 다시 꺼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2022년이 되었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새해가 된 지 벌써 5일이나 지났다. 올 한해도 지난 2년과 비슷한 나날들이 반복될지, 아니면 2년 전과 같은 일상으로 회복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난 2년의 시간을 글쓰기가 증명해 주었듯, 2022년에 쓰는 글도 그 시간들을 잘 담아주기를 바라며 쓰려고 한다.
이전까지는 그저 쓰고 뱉음 자체에 집중했다면, 2022년에는 그 쓰고뱉음에 삶의 밀도와 생각의 농도를 더하고 싶다. 내 삶과 생각을 잘 녹여낼 수 있는 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 정지우 작가님이나 김싸부님처럼 거의 매일 글을 쓰되, 그 안에 나만이 낼 수 있는 기품과 따스함, 온도와 색감을 불어넣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언제나 쓰는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다. 그 사람의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가면, 언제나 글이 있다고. 그것도 제법 시간을 들여 읽을 수 있는 글이 있다고. 그렇게 여겨지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리하여 여전히 누군가가 온통 까만 크레파스로 뒤덮어 놓은 듯한 날이 올지라도, 그 크레파스를 살살 긁어내면 뒤에 숨어 있는 총천연색의 빛깔이 드러나는 스크래치화처럼, 나의 글로 짙고 어두운 나날들 속에서 밝음과 다양함을 긁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긁어내고 긁어내다 보면 언젠가 완성되는 그림처럼, 하루하루 나의 글로 어두움을 긁어내다 보면, 언젠가 나의 삶이 좀 더 아름다운 빛을 내며, 그림 같은 나날들이 되기를 꿈꿔본다. 그저 하나의 작은 글들이 모여, 언젠가는 나란 존재를 모두 담아내기를. 그리하여 그 글을 읽으며,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점점 소멸해가는 나란 사람에 대한 기억이 소멸하지 않기를.
안까지 진심을 담아 올해도 쓰는, 자전거 탄 달팽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