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같은 글을 쓰려면

by 자전거 탄 달팽이

1월 첫 주는 휴가였다. 휴가라고 해도, 오전에는 계약이 끝난 학교 시간표 짜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후에는 여전히 매일 출근하여 수업을 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두 번은 과외까지 하고 있으니 그게 무슨 휴가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겐 일 년에 두 번 정도만 주어지는 휴가임은 분명하다.


휴가라고 칭하는 이유는 아이들을 시어머님 댁에 보내서다. 매년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시어머님 댁에 보내곤 한다. 아이들 학교나 학원이 모두 방학을 하고, 나는 일을 해야 하는 기간에 맞춰 보내곤 하는데, 올해는 1월 첫 주가 그런 시기였다. 매우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잠시 거리를 두는 이 시간을 난 휴가라고 여긴다.


아이 둘만 사라졌을 뿐인데, 우리 집은 참 고요했다. 급작스럽게 마음을 먹고 준비하는 시험 탓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대본집을 읽고 리뷰를 쓰고 글을 쓰고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나에겐 분명 휴가였다. 누군가의 시간이 아닌 오롯이 나의 시간에 맞춰진 나날들이 펼쳐지는 휴가.


아이들이 언젠가 이 글을 읽고 서운해 할 수 있겠지만, 일 년에 단 두 번밖에 없는 그 시간을 매우 손꼽아 기다리는 편이다. 그 기간에는 마음도 넉넉해져서 남편의 짓궂은 농담과 장난에도 매우 유연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딱히 특별한 걸 하지 않고 잠만 자다가 휴가가 끝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은 나에게 꼭 필요하며 소중한 시간들이다. 내가 또다시 일 년을 버티게 해 줄 수 있는 원동력 말이다.


요즘 글쓰기를 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손꼽아 기다리는 휴가 같은 글이 되었으며 좋겠다고. 글을 읽는 누군가가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휴가 같은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휴가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 하면 그런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해 봤다. 매우 사랑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시간이 나를 침범하지 않을 때, 나는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었다. 사랑하는 그들과의 잠깐의 거리두기가 그들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했고, 그 사랑에 대한 힘을 주었다.


어쩌면 내 글에도 그러한 거리두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와의 거리두기. 나의 내면을 여유롭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는 그 태도. 나를 나로만 보지 않고, 여타 다른 이들과 같은 그저 ‘존재’로만 여기는 그 여유로움이 말이다.


그렇게 지나친 밀착이 아닌 한 발짝 떼어냄이 들어간 글이, 누군가를 여유롭게 하고, 쉬게 하고, 충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오히려 그렇게 한 발짝 떼어낸 내가 더 나답고, 나의 실체와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내내 그 쉼이 좋았지만, 아이들의 질감과 향내가 그리웠듯이.


달콤한 휴가 끝에 만난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고 달콤했듯, 앞으로 내가 쓰는 글들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기다려지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달콤했으면 좋겠다. 그 달콤함을 위해 한 발짝 물러나 본다. 거기에 아직은 가려진 내가 있다. 그 가려진 나를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로 살살 긁어내었다, 나의 마음을.


사진 출처 모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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