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앞두고 국문과에 진학한다고 하니, 엄청 나이가 많으신 큰고모가 우리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국문과? 글쟁이는 굶어 죽기 십상인데. 걔는 글로 밥벌이할 수 있다니?”라고.
사실 부모님도 부득불 국문과에 간다는 내게 좀 더 취업이 잘되는 과를 지원하라고 하셨다. 담임 선생님조차도, 차라리 사범대 교육학과를 가서, 국어교육과 복수 전공을 하라고 하실 정도였다. 그렇지만 나는 끝내 의지를 굽히지 않고, 취업이 지지리도 안된다는 국문과에 진학했다.
어쩌면 큰고모는 참 현명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나이 되도록, 변변한 직장 하나 없이, 매년 공고를 보며 채용에 지원하는 나를 보면 말이다. 게다가 기껏 기자가 된다며 국문과에 가서는 끝내 교직 이수를 하고, 지금은 매년 학교 안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보면, 고3 때, 담임 선생님의 조언을 들었어야 했나 후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큰고모의 말씀을 곱씹으며 돌아보니, 그래도 글로 제법 밥벌이(?)를 했던 내가 떠올랐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입학금을 제외하고 부모님께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대신 3월에 입사(?)한 학보사 활동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매주 신문이 발행되면 소정의 원고료가 입금되었고, 달마다 근로장학금도 입금되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원고료는 신문 기사를 써서 받은 돈이니 글로 밥벌이(?)를 한 셈이다.
대학 시절 나에게 큰 힘이 되었던 장학재단에 합격했을 때도 사실 ‘글’이 꽤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면접 때 면접관분들이 두 번이나 나에게 이 자기소개서 직접 쓴 거 맞냐, 누가 써 준거 아니냐고 물어봤었다. 이후, 최종 합격 전날 재단 이사분께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는데, 대학성적도 좋고, 자기소개서도 잘 썼는데 고등학교 성적이랑 수능 성적이 너무 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지원자 중에서 거의 꼴찌라고 했다. 그런데도 결국 장학생으로 선발된 걸 보면, ‘자기소개서’가 한몫을 했던 거 같다.
그 이후로는 딱히 크게 글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일상에서 그저 소소하게 리뷰를 써서 포인트를 쌓는 정도다. 간혹 리뷰 이벤트로 백화점 상품권을 받거나, 오뚜기 푸드에세이 공모전에서 5만 포인트를 받는 정도다.
어제도 사실 비슷한 일이 있었다. 평소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데, 가격대가 비싸다 보니 세일 기간이나, 펀딩 기간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리뷰 쓰기에도 진심이 되어, 어떻게 해서든 포인트를 더 쌓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말이다. 리뷰를 써놓고 한참 잊고 있던 업체에서 리뷰 이벤트에 당첨되어, 신상품을 보내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와, 세상에나.
내가 쓴 리뷰를 다시 찾아보니, 일단 참 길다. 애먼 데 진심을 쏟는구나 싶었다. 어쨌든 그렇게 글로 조끼 하나를 얻었다. 글로 밥벌이는 아니어도 소소한 벌이는 제법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젠 밥벌이가 아닌 밥값을 하는 글쓰기를 해보련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추운 날 따끈한 오뎅(주: 표준어는 어묵이나 어감을 살리기 위해 오뎅으로 표기함.) 국물 한 컵 마신 것처럼 온기를 느낄 수 있기를. 때론 미치도록 입이 궁금한 늦은 밤,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돌려 설탕과 라면수프를 뿌려 오도독 씹어먹는 생라면처럼 재미있기를. 때론 온 가족이 동그란 철판에 둘러앉아 철판 가득한 닭갈비를 먹으며 배부름을 느끼기를.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으며, 다양한 냄새와 감각과 맛을 느끼기를. 그래서 언젠가 큰고모께 이렇게 작은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큰고모, 저 그래도 글 써서 제법 밥값 해요. 글로 읽는 이들을 배부르게 하는 사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