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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Jan 21. 2022

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시카고 타자기’ 대본집 리뷰


‘싱어게인2’를 보고 있었다. 22호 가수들이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이번 주에는 다른 대본집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노래를 듣자마자, 이건 못 참지의 마음으로 책장 속 대본집을 꺼내 들었다. 이 노래는 2017년 방영된 진수완 작가님의 ‘시카고 타자기’란 드라마 OST였다.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전생과 현생이 시카고 카페에 있던 낡은 타자기를 통해 연결되고, 인연들이 얽히고설키는 구조로 되어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소설 작가 한세주(1930년대 휘영). 국가대표 사격선수였고, 수의사였으나 현재는 원인 모를 트라우마로 ‘모든지혭’이란 심부름센터 일을 하는 전설(1930년대 수현). 낡은 타자기 속에 깃든 유령이 되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유진오(1930년대의 신율)가 나타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진수완 작가님은 워낙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기도 했고,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가 작가님의 ‘경성 스캔들’이었기에, 이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성 스캔들의 스핀오프 느낌이 난다고 했기에 말이다. 하지만, 2017년은 촛불이 광장을 메울 정도로 시절이 하 수상했고, 우리에게 허락된 짧은 시간에 드라마를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드라마를 놓치고, 시간이 흘러 대본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대본집을 구매하여 서너 번은 읽었던 것 같다.


   대본집을 먼저 읽고 나서, 운 좋게도 넷플릭스에 제공되는 시기에 드라마도 봤다. 솔직히 드라마는 좀 어수선한 느낌이 가득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그 시절, 1930년대의 경성이 나오는 전생 부분만 찾아보고는 그냥 대본집을 한 번 더 읽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이미 완벽하게 모든 것을 담을 대로 담아낸 대본으로 인해 벌어진 일인 것 같았다. 이미 대본으로도 촘촘한 서사가 펼쳐지고 있는데, 거기에 영상과 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지니 좀 과한 느낌이 들었다. SG워너비가 부른 OST 도입부처럼 아무런 연주도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가 펼쳐졌으면 좀 더 여운을 주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거란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중에 하나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독립투사들은 우리가 역사책에서 볼 법한 그런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이 총을 쥔 이유도 매우 단순하다. 거사를 앞두고 카르페디엠에서 마지막 파티를 벌이며 그들은 이야기한다. 해방된 조선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일제에 뺏긴 논마지기 찾아서 나이 드신 어머님과 오순도순 살고 싶은 이, 자기 자식이 일본 순사가 아닌 조선의 경찰이 되었으면 하는 이, 그저 한가롭게 낚시나 하고 싶은 이, 그리고 그저 남자와 여자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싶은 이까지.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살았던 땅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소중한 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총을 쥔 채,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청춘을 바치는 것뿐이라, 별처럼 아스러지며 청춘을 바쳤다. 그리고 작가님은 우리를 대신해, 주인공의 입을 빌려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한다.


당신들이 바친 청춘 덕분에 우리가 이러구 살아. 그때 바쳐진 청춘들한테도 전해줘. 고생했다고. 이만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지금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시계 주인은 분명, 작은  제대로 되어 있어야   제대로 움직인다는  아는 사람이다. 너도 이제부터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히지도 말고, 현재의  ,  초를 성실하게 살아가란 뜻이다. 그냥 니가 하고 싶은  열심히 하면서 매일매일 즐겁게 살란 얘기야.”



   그 시대의 청춘들이 썼던 자신들의 하루, 그 하루가 모여 결국 지금의 우리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썼던 신율. 겉으론 삼류소설을 쓰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독립운동을 위한 지령을 써 내려갔던 휘영. 적들에게 총을 겨누는 살수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모자를 깊게 눌러썼던 수현까지.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씀’이 ‘쓰임’이 되자 ‘해방’이란 글자가 역사 속에 쓰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이루고 싶었던, 살고 싶었던 해방된 조선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씀’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언젠가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이자 역사가 될지도 모르니.




1. 휘영과 수현의 가슴아픈 전생의 사랑 이야기

https://youtu.be/fO4PZR1_Jro


2. ‘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를 들으며 보는 짧은 드라마

https://youtu.be/qpgdeBtZL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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