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도 금메달만 따면 된다?!

피겨계의 스카이캐슬

by 자전거 탄 달팽이

15일에는 줌 수업으로 인해 다시 보기를 이용해서 경기를 봤다면, 17일에는 모처럼 여자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처음부터 지켜봤다. 오랜만에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보기에, 달라진 채점제도와 함께 선수들의 경기방식을 좀 제대로 지켜보고 싶었다. 지난 15일 도핑 약물 논란에도 불구하고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해, 중간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발리예바 선수의 경기 결과도 궁금한 터였다.


내심 경기를 보면서 그런 기대를 했다. 발리예바가 차라리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도 1위를 해서 시상식이 열리지 않기를, 좀 더 진상조사가 철저히 이뤄지기를 말이다. 물론, 그로 인해 우리 선수들이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다.


막상 경기를 보며, 그들이 그려내는 큰 그림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발리예바 선수는 심적 부담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였는지 모르지만, 본인의 장기인 점프에서 모두 넘어지거나 랜딩에 실수를 보이며 최종 순위 4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른 러시아 올림픽위원회(이하 러시아) 선수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하나씩 나눠 갖게 되었다. 3위는 여자 피겨계의 또 다른 큰 축을 담당하는 일본 선수가 차지했고 말이다. 여자 피겨 싱글 시상식은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에 발리예바 선수가 4위에 랭크되는 순간, 1위~3위는 무리 없이 결정되어 시상식을 하게 되니 IOC는 큰 타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결국 러시아는 여자 피겨 경기에서도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가게 되었으며, 투트베리제 코치는 지난 평창올림픽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은메달을 딴 선수를 길러낸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덧붙여 4위인 발리예바 선수의 기록이 도핑 논란으로 잠정적 결과가 되는 바람에 그 뒤에 랭크된 선수들의 기록도 애매해지는 그런 찝찝한 사실만이 남았다. 발리예바 선수와 그 이후 순위에 랭크된 선수들 이외에는 아무도 손해를 보지 않는 큰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결국, 그들은 모로 가도 금메달을 가져가게 됐다. 사실 그쯤에서 끝났으면 발리예바 선수의 추가 도핑 검사 결과 정도만 지켜보자 정도로 끝났을 거 같다. 그 이후, 은메달을 딴 트루소바 선수가 울분을 터뜨리고, 경기 직후 열린 간이 시상식에서 빙둔둔 인형을 들고 손가락 욕을 했다는 논란이 터졌다. 이를 보며 러시아 피겨계에서, 더 정확히는 투트베리제 코치 사단에서 선수들에게 자행하는 일들에 대해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의혹과 논란 속에 ‘스카이 캐슬’이란 드라마가 떠올랐다. 서울대 의대를 보내기 위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쓰앵님이 꼭 투트베리제 코치와 겹쳐졌다. 자기가 맡은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게 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녀 자신도 선수들을 길러내는 곳을 ‘공장’이라 지칭한다고 한다. 아무리 운동선수라지만, 그들은 모두 인격체임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 제품을 찍어낸다는 의미의 ‘공장’이라니 소름이 끼쳤다.


피겨계의 스카이캐슬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모르겠다. 스카이캐슬처럼 다소 생뚱맞지만 모두가 극적으로 반성을 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될지, 아니면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스포츠를 더럽힌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지 말이다. 그도 아니면, 계속해서 모로 가도 금메달만 따면 되는 추악한 전례가 될지 그저 지켜볼 뿐이다. 물론, 그들이 우리가 모두 알고 있으며, 꼭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스포츠 정신을 기억해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좌) 출처: 연합뉴스 (우) 출처: 오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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