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을 살면서 매일매일 처음이 아닌 것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어제가 아니고, 내일도 아니니 말이다. 그것을 알지만, 어쨌든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은 늘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
2. 작년과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올해는 부서도 새로 생기고, 부장님도 바뀌셨다. 다문화 관련하여 새로운 사업을 많이 추진하다 보니 업무가 꽤 늘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나도 교사들과 함께하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우리 공동체에서 국제교류를 신청하게 되었고, 덜컥 국제교류에 선발이 되어서, 교류하는 학교와 줌으로 미팅까지 하게 되었다. 처음 하는 업무인데 실무까지 담당하게 되어 아주 바빴고 바빠질 예정이다.
3. 올해는 한국어학급 친구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많이 다니게 되었다. 특히 외국인 친구들뿐만 아니라 한국 친구들과 함께하는 체험도 계획을 했다. 버스를 빌려서 서울에 있는 고궁에 다녀오는 행사인데 출결인정부터 여러 가지가 처음이라 준비 기간 내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꿈에서도 고궁을 서너 번은 다녀올 정도였다.
4. 아이들이 고궁을 다녀온 날, 외국인 친구들의 불평불만이 어마어마했지만, 그런대로 참고 넘길 수 있었는데, 무사히 학교에 도착한 지 두 시간여 만에 일이 터졌다. 누군가 버스에서 비상용 망치를 훔친 것이었다. 기사님은 화가 나셔서 전화로 계속 뭐라고 하시고, 만진 놈이나 가져간 놈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정말 대환장 그 잡채였다.
5. 결국 가정방문까지 하고, 두 번의 질문 끝에 망치를 수거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아직도 ‘죄송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저 운전기사 아저씨가 ‘불쌍했다.’ 정도로만 이야기할 뿐. 아이가 사용하는 언어로 정확한 의미 차이를 짚어주고 물어봐도, 아이는 기사 아저씨가 불쌍하다는 게 이번 일을 벌인 느낌의 전부란다.
6. 하루하루, 아이들과 체험학습 때마다 매번 처음 겪는 일이 발생한다. 도대체 이건 뭔 경우이지 싶은... 나름 이런 아이들을 가르친 지 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정말이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는 게 두려울 정도다.
7. 생각보다 처음인 것을 받아들일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보다. 소위 뒷골이 당긴다는 표현을 쓰는 두통이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다. 계단을 내려갈 때, 자꾸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지난번에는 아이들 데리고 근처에 목공 체험학습을 다녀오다가 길에서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어지러워서 쓰러질 뻔했다.
8. 여전히 바쁨과 어리숙함, 처음이라 겪는 시행착오들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이 뒤엉켜 스트레스란 이름으로 나를 옥죄는 중이다. 연일 두통약을 달고 산다. 체하는 일도 다반사다.
9. 모든 것이 처음이라 겪는 그런 성장통이었으면 좋겠는데, 아니, 사실 더는 성장통 따윈 겪지 않고 이 모든 것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은데 쉽지 않다. 언제쯤 이 모든 것들에 익숙해지고 모든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 어쩐지 그 길이 요원하기만 하다. “OOO은 처음이라....”가 아닌 “OOO은 처음이지만,” 이 될 수 있는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