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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Sep 14. 2023

나를 색깔로 나타내 본다면?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아님 먼셀의 색상환을 소환해야 할까? 막상 글감으로 내밀어 보았지만, 글을 쓰려니 막막하다. 사실 이 주제는 교회 소그룹에서 첫 만남 때,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그 상황에선 매우 간단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되겠다.

“저를 색깔로 나타낸다면 저는 OO색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OO색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뭐 이렇게.


   그렇지만, 글에선 그럴 순 없으니, 쉬우면서도 어려운 주제가 되겠다. (왜 던져놓고 쓰지를 못하니?;;;) 나를 색깔로 나타내 본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색깔로 나타내야 할까? 성격? 외모? 그도 아니면 그냥 집에 소장한 옷 빛깔?  


   물론 이 색깔로 어떤 사람 표현하기에는 나름의 경험이 있긴 하다. 소싯적, 그러니까 썸도 아닌 쌈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지금은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소유하신 남의 편 님께 편지를 썼던 적이 있다. ‘형제님의 목소리는 고동색인 거 같아요. 뿌리를 단단히 내린 나무 같은 단단한 고동색의 목소리-.’ 그래, 결혼까지 했으니 그거면 됐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나를 색으로 표현해 보자면 뭐 그렇다. 기본 베이스는 굉장히 흐리멍덩하다. 존재 자체가 평이하고 희끄무레하며 흐릿한 색감이다. 그런데 그 색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꾸 그런 자신의 색감 위에 덧칠한다. 그것도 아주 쨍한 색으로. 아니 쨍한 색을 향해 달려간다.


   나는 어디서든 존재감이 딱히 없는 그런 사람이다. 어디를 가든, 너랑 꼭 닮은 사람을 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생활한복을 입는 요즘도 어제 혹시 영등포에 있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참고로 그날 나는 집에서 하루 종일 앓아누워 있었다.) 그나마 이름이 아니면 나를 기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뭐랄까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랄까.


   외모도 그렇지만, 내가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다른 쓰뱉러의 글은 읽다 보면 감탄만 나오곤 한다. 게다가 저마다의 글들이 그 사람 특유의 분위기를 그렇게나 잘 드러내는지 모르겠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이를 가진 글, 어쩜 저렇게 위트가 넘칠까 싶은 글, 와,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싶어 입이 떡 벌어지는 글. 그런데, 내 글은 아무리 봐도 어느 동네나 있을 법한 아줌마가 수다를 떨어놓은 글이다.


   왜 내 글은 이렇게 평이하지 싶어, 아니 나란 존재는 이다지도 희끄무레할까 싶어, 늘 고민한다. 독특한 소재를 찾아보려 하고, 이런 표현을 넣으면 무진장 통통 튀어 보이지 않을까 싶어 어울리지 않게 그런 표현을 글 속에 꾸겨 담아 넣어 본다. 그뿐이랴, 평소엔 생활한복만 입어서 눈길을 끌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는 도대체 무슨 색일까?

 

   그렇다. 나는 형광 주황을 꿈꾸는 살구색이다. 동구 밖에서도 보이고도 남음이 있는 그런 형광 주황을 꿈꾸지만, 현실은 코앞에서 어른거려도 알아채기 힘든 그런 살구색을 지닌 존재다. 언제나 쨍함을 꿈꾸며 쨍함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 그런 살구색-.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열번째

#Ah-choo(아주)_잘쓰조

#우리조_공통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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