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양파 베이글과 과일 크림치즈
2020년 10월 26일, 오전 11시 18분
바쁜 줄 알면서도 지난밤에 일을 몇 개 더 벌려놨다. 그 결과 새벽 늦게 잠들었는데, 밖에서 공사를 하는 건지 뭔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강제로 떠야 했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봤지만 시끄러운 소리는 너무 강력해서 이불의 벽을 쉽게 뚫고 들어왔다. 억지로 일찍 세상을 보게 된 눈이 무겁다. 입 밖으로 짜증을 내뱉고 방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나왔다.
출근까지 붕 뜬 시간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하루에 숙제처럼 생긴 일들을 차근차근 해냈다. 그리고 지난밤 호기심에 주문했던 베이글과 과일 크림치즈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사 먹을 때는 몰랐는데, 빵을 가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서툰 칼질로 빵을 반 자르고, 마른 팬에 구워내기에 성공했다. 노릇하게 익은 뜨끈한 빵 위에 과일 크림치즈를 올린다. 뻑뻑한 질감이 온기를 만나 녹아 부드럽게 옆으로 퍼진다. 양파 베이글의 쫀득한 식감과 은은한 달콤한 향 위로 짭조름하고 중간중간 보물처럼 과육이 씹히는 크림치즈의 조화가 환상이다. 집에 있는 커피 원액을 얼음에 타고나니 날 위한 카페가 생겼다.
출근 전에 햇볕을 집 안에서 이만큼 여유롭게 만끽해본 적이 있던가. 여전히 밖은 소란스럽고, 눈은 무겁지만 아까보단 시끄러운 소음에 귀가 익숙해졌다. 그래, 이렇게 한 주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작년, 코가 시릴 정도로 추운 날에 자주 들었던 노래들이 흘러나오는 이어폰. 멍하니 버스 창 밖에 햇빛과 바람을 동시에 맞으며 흔들리는 마른풀들을 본다. 베이글 하나 먹었을 뿐인데 배가 든든하다. 아침에 짜증 날 정도로 시끄러웠던 소리가 점점 묻힌다. 소음까지 소화해낸 출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