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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느 한끼

단순한 복잡함에 관하여

오늘의 한 끼_콩나물무침

by 여느진

2020년 11월 5일, 오후 12시 53분

목요일은 금요일보다 조금 더 힘들다. 금요일은 오늘만 버티면...인데 목요일은 내일 하루 더 버텨야... 이기 때문이다. 꼭 목요일이 아니어도 쉬는 날까지 하루 더 남겨둔 때는 더 힘든 것 같다. 그리고 마침 오늘은 목요일. 이번 주는 드디어 주말 출근이 없어진, 기다리고 기다리던 온전한 주말이 있다. 이런 기다림을 몸은 피로로 치환했는지 침대 위에서 10분만 더를 몇 번 외쳤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밥을 먹고 출근하기엔 애매한 시간. 그럼에도 밥상을 차렸다. 지난밤 엄마가 준비해준 정성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속이 나아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출근 전에 먹을 반찬을 만들어두겠다며 뚝딱이던 엄마의 모습이 선연해서.

동생과 둥근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다른 반찬을 제치고 콩나물무침이 자꾸만 제 존재감을 발했다. 흔하고 어쩌면 볼품없는 그 자태가 눈에 밟히는 건 생각보다 콩나물이 손이 많이 가는 재료임을 알아서. 식탁 위에 올라오는 단순함들은 단순함을 가장한 복잡함이다. 가공식품 조차도 수많은 공정을 지나오니까.

나를 배려해 아삭하기보다 조금 말캉한 콩나물을 씹으며 여기에 들어간 복잡함을 하나하나 헤아린다. 켜켜이 겹쳐 쌓여있는 나물 더미 가장 밑에는 애정이 숨어있다. 귀찮음을 감수하는 그 애정. 그리고 그 이유가 나라는 사실이 오늘의 힘이 된다. 경제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에 대한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동생과 실없는 소리를 하고, 다급하게 출근해서 평소처럼 일하고, 사람들과 농담을 하고, 나를 지나쳐간 수많은 풍경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보관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힘이.

단순함이 되기 위한 복잡함이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로 만들어왔다. 그리고 오늘의 나를 내일의 나로 만들어주겠지. 이런 내가 모여 또 다른 단순한 복잡함이 될 테다. 힘든 일이 뭉쳐져 굴러와도, 내 핀을 전부 쓰러트리지 못하는 건 내 안에 숨겨진 복잡함들 덕분에. 오늘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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