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한 끼_햄버거와 치킨, 그리고 맥주와 콜라
2019년 8월 4일, 오전 12시 26분
여름에는 그렇게 차라리 겨울이 빨리 왔으면 하고 바랐는데, 겨울이 되니 여름이 그립다. 기왕이면 올해의 여름 말고 더 이전의 여름들로 돌아가고 싶다.
작년 여름은 이곳저곳 많이도 다녔다. 페스티벌에 가서 좋아하는 가수도 직접 보고, 짧은 여행도 바쁜 틈을 가르고 종종 다녀왔다. 그 움직임들이 그립다.
그 여행들 중 기억에 남는 건 엄마와 단 둘이서 떠난 여행. 가족들과는 갔어도 단 둘은 처음이라 가기 전에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기운을 뺐었다. 호텔도 예약하고, 야간 개장하는 경복궁도 예매하고, 한복집도 알아보고, 주변의 맛집도 알아보고. 알아본 수고가 아깝지 않게 엄마의 반응도 좋았다.
호텔 조식을 먹을 때에도, 전시회를 보고 찻집에서 서로에게 엽서를 써줄 때에도 엄마는 내게 딸 덕분에 이런 경험을 해본다고 말했다. 그 말이 아직도 나에게 어떤 원동력이 된다. 여전히 엄마에게 서운할 때도,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말을 떠올리면 조금 나아진다.
엄마와 여행 중에 참 맛있는 걸 많이 먹었지만, 지금은 야식으로 먹었던 햄버거가 생각난다. 익숙한 맛의 햄버거. 눅눅한 감자튀김. 조미료 맛의 치킨. 씁쓸한 맥주. 무엇하나 독특하지 않았지만, 당장 지금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앞으로 어떤 야식이 제일 좋았냐 물어보면 대답으로 내놓을 것들.
먹으면서도 특별한 말이 오가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야경을 보거나 했다. 오래 걸어 지친 다리와 발바닥에는 파스 비슷한 것을 붙이고선. 그래도 그때의 아무 걱정 없는 아늑한 지침이 그립다.
오늘도 난 걸었다. 사실 많이 걸은 건 아니지만, 지친다. 이 지침이 여행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기분이 나았을까. 주린 배를 쥐고 퇴근해 노트북 앞에 앉아 또 할 일을 펼쳐내는 지금, 너무 지치는 지금. 그때의 아늑함이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