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아메리카노와 호두파이
2020년 12월 9일, 오후 4시 31분
오랜만에 커피를 사들고 출근했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원장님이 나를 위한 커피와 호두파이를 사 오신 걸 알았다. 당황했다. 이미 나는 집에서 커피를 한 잔 비우고 출근한 터라 내가 사 온 커피와 원장님이 준비해주신 커피를 모두 비우면 도합 세 잔의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래도 결국 다 마셨다. 빠르게 내가 사 온 커피를 비우고, 원장님이 사주신 커피를 호두파이와 함께 일하는 중간중간 해치웠다.
호두파이는 처음 먹어봤는데 굉장히 달았다. 고소하게 씹히는 호두 조각들과 묘하게 올라오는 대추 향. 그리고 달달하고 쉽게 부서지는 식감. 지나친 달콤함에 입이 얼얼할 때 마시는 내 취향이 전혀 아닌 쓴 커피. 사회생활의 맛은 이런 건가. 단쓴단쓴의 연속을 입으로 직접 느꼈다. 사실, 일하는 모든 순간이 단쓴의 연속이지만.
평소보다 조금 일찍 끝난 오늘. 버스 환승도 바로 했고, 버스에서 내렸을 때 마트의 불도 켜져 있었다. 어제랑 분명히 다른 하루. 그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어제는 먹지 못한 갈비도 있었고, 그렇게 원했던 맥주도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운 앨범도 도착해있었다.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차이.
가족들과 연애, 진로, 일상 등 여러 주제로 얘기하며 갈비와 맥주를 먹었다. 역시 달큼함과 씁쓸함의 연속. 결국 하루는, 그리고 매일은 이런 달고 쓴 순간들을 교대로 맞이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일은 또 어떤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낮에 먹었던 작은 달콤함 같은 순간도 있을 테니까.
그러니 얼른 월급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