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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11. 2021

노란 위로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10일


 할 수 있는 요리가 하나 늘었다. 대패삼겹살 숙주볶음. 지난번에 한 번 만들어먹고 너무 짜기에 다음에 만들 때는 간장을 조금 덜 넣고 해 봐야지 생각하고 스스로 대견해했었다. 오늘은 레시피를 보지도 않고 혼자 뚝딱 만들어 먹은 게 꽤 자랑스럽다.


 저녁으로는 소곱창을 구워 먹었다. 감자도 직접 깎아내고 썰어서 함께 구웠다. 고기도 잘 굽지 못해서 늘 고기 자르기를 시도해보거나 남이 구워주는 것만 먹던 나의 발전. 물론 조금 탔고, 가게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구나 라고 느꼈지만 나쁘지 않았다.


 냉장고에 내가 대책 없이 사다둔 식재료를 하나씩 비우고, 배를 채우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뿌듯함과 이상한 허탈감이 섞인다. 나는 늘 내가 궁금하지만, 나는 내가 만들어내는 모든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매일매일 나를 탐구하며 살아간다.


 맥주를 한 캔 깠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지친 그런 날이라 맥주가 생각났다. 맥주가 위안의 수단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다니. 마음이 지치는 날, 얼음 잔에 맥주를 따르고 한 모금 넘긴 후에 그래, 이거지 하는 나의 모습을 지난날의 나는 대답하지 못했겠지.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답하지 못하듯.


 컵 안의 노란빛이 사라질수록 적당하고 익숙한 알딸딸함이 올라온다. 핸드폰이 내뱉는 노래는 어제까지 몰랐던 노래. 곧이어 나오는 노래는 요즘 자주 듣는 것. 익숙함과 새로움의 무한 반복. 그리고 나는 늘 나를 공부한다. 오늘의 노란 위로가 내일은 다른 위로가 될 수도 있겠지. 어쨌든 오늘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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