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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17. 2021

계절의 교차점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16일, 오후 5시 18분


 하루를 잠으로 채웠다. 꿈자리가 특별하게 좋았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을 뜨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계속 눈을 감고, 또 감고, 감았다. 당연스럽게도 완전히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저녁에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책을 입고하러 잠깐 나온 길. 내가 웅크린 순간에도 세상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도로 위는 늘 같지만, 늘 다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벚꽃이 있었던 자리가 전부 푸릇하기만 하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붉은빛과 초록빛이 만났다. 계절의 교차점 같은 풍경. 항상 아래는 복잡하고, 위는 한가하다고 생각했는데 위도 생각보다 분주해 보였다. 세상은 계속 흐르니까. 생각해보면 높이가 좀 더 높다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도 없겠지.


 마음 한쪽이 하루 종일 묵직하다. 밥도 조금 대충, 해야 할 일도 조금 대충.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앞으로도 4월의 오늘은 계속 마음이 묵직하겠지. 그래도 세상은 흐를 테다. 계절이 교차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처럼, 언젠가는 좀 더 맑은 순간이 오겠지.


 바람이 차다. 내일은,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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