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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16. 2021

대파의 매운맛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15일, 오후 8시 23분


 오늘 드디어!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2년 전 요가를 잠깐 배웠었는데, 사실 2주 동안 3번 나간 게 전부라 배웠다고 말하기 뭐하다. 나름 다시 제대로 시작하는 거니까 요가복도 새로 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등록했다. 호기롭게 3개월치를 한 번에 끊었다. 그리고 지금 조금 후회한다.


 요가 수업을 받는 내내 입에서 나온 소리는 으억, 으흑, 억. 몸에서도 두두둑.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웃겨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요가 중간중간에 보이는 애플 워치 속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이 작은 힘이 됐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대파 한 단을 샀다. 대파를 직접 사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다. 달달한 간식도 하나 집어 들었다. 대파를 품에 안고, 달고나 밀크티를 포장했다. 오래간만에 쓴 온몸은 저릿했다. 달콤한 포상을 스스로에게 주고서 주방으로 향했다.


 대파는 사자마자 손질해야 한다고 한다. 처음으로 대파를 샀고, 처음으로 대파 손질을 해봤다. 대파도 파였다. 손질하는데 매워서 눈물이 났다. 무언가를 알게 되는 건 항상 이런 고통을 수반해야 하는 걸까. 아직 배우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조금 무섭기도 하다.


 요즘 들어 새벽 늦게까지 잠이 날 찾아오지 않는데, 오늘은 몸을 움직인 덕분인가 잠이 평소보다 일찍 와줄 것 같다. 고통 끝엔 늘 이렇게 달콤한 순간이 있으니까. 내일이 조금 두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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