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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15. 2021

응원의 향기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14일, 오후 5시 11분


 마지막을 축하받는 건 언제나 새롭다. 졸업을 축하하는 이유는 그간의 고생에 수고했다는 위로와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두 가지 마음 때문이겠지. 퇴사를 축하한다는 말을 듣는 건 쫓겨난 게 아니라 스스로 나와서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내디딘 발걸음이 자발적이라서.


 한 달에 한 번씩만 연락하는 고등학교 친구가 퇴사를 축하한다며 선물을 보내왔다. 박스를 열 때부터 향이 났다. 물론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퇴사를 축하한다는, 그동안 고생했다는 짧은 말이 꽤 큰 위안이 되었다. 설령 내가 나중에 후회할 지라도, 받은 응원들은 그 후회를 털어낼 솔이 되어줄 테니까. 오늘 선물 받은 향기도 그럴 거고.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였다. 어제 먹고 싶었던 라면을 매콤하게 끓여서 먹었고, 완벽하진 않지만 내야 하는 과제를 어쨌든 냈고, 남기긴 했지만 야식으로 먹은 떡볶이가 맛있었다. 하지 못한 일들은 내일을 위해 남겨두면 된다. 나쁘지 않다.


 최근 다시 쓰기 시작한 스케줄러. 무얼 할지 하나씩 적어 넣다 보면 내가 꽤 능력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 중 절반은 지켜지지 못하겠지만. 내일은 설거지하고 선물 받은 핸드크림을 발라봐야지.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하루를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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