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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17. 2021

당신의 꽃망울

오늘의 눈 맞춤

2021 4 17, 오후 3 50


 미세먼지 수치가 높다는데 내게 느껴지는 대기는 쾌청했다. 묘하게 들뜬 마음 탓이겠지. 잠도 설쳤고, 학원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었고, 이틀 전 요가의 여파로 몸은 아직도 근육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괜찮았다. 버스를 놓쳤고, 외투를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추운 기묘한 날씨였지만 괜찮았다.


 오늘 퇴사한 친구와 만났다. 머무르던 곳을 떠나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도 그랬다.


 친구를 위해 꽃을 준비했다. 인덕을 꽃말로 품고 있는 것으로. 사람으로 고통받은 친구가 이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억만 가져갔으면 좋겠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축복이다. 내가 가진 언어와 사소한 선물로 함께 하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도. 내 책을 선물하고, 꽃을 건넸을 때 눈꼬리에 고인 습기가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 되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나와 내 친구의 앞날에 항상 좋은 일만 있진 않겠지만, 오늘의 기분이 앞으로의 힘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이 나의 힘이 되었듯. 사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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