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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22. 2021

채워지고 채워질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21일


 요리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 중 요리 하나 배우기가 있었는데, 100%를 넘어선 달성을 한 셈이다. 물론 요가를 오늘도 가지 못했고, 내일도 가지 못할 예정이고, 이번 주는 쉬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남들이 보기엔 변명이고,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런 틈들이 나를 숨 쉬게 해왔다. 


 요즘 다시 스케줄러를 쓰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물품을 사고 거기에 딸려있던 노트에 해야 할 일을 간략하게 적고 침대 위로 올라가기 전에 체크한다. 계획을 세울 때 시간은 적지 않는 편이다. 시간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흘러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싶어서다. 언제 했든 했다는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물론 오늘까지 꼭 했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해서 약간의 자괴감과 속상함이 남긴 했지만 괜찮다.


 문득 내 스케줄러 위에 자리 잡은 스티커가 눈에 밟힌다. 좋아하는 가수를 계기로 우연하게 만나 꼭 가수 얘기가 아니어도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동생이 선물해준 스티커. 나쁜 말보단 좋은 말을 늘 얹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새삼 와 닿는다. 못한 일을 체크하는 회색보다, 한 일을 체크하는 연두색이 많이 보이는 것도 새삼 눈에 띈다. 꽤 괜찮은데?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다른 다이어리에 적힌 계획들도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차차 이뤄 가다 보면 내 한 해가 채워지겠지. 다시 밀린 과제를 하러 가야 하는 새벽. 야식으로 끓여먹은 라면으로 배가 조금 더부룩하다. 가득 채운 새벽, 그리고 가득 채울 하루. 그렇게 모일 내 일상들. 그러니까 가끔 못하는 건 채울 공간을 만드는 거라고 혼자만의 위안을 삼는다. 앞으로 채워지고 채워질 일 투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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