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13일, 오전 6시 34분
습관성 밤새기. 침대 옆 큰 창에 슬몃 보이는 색이 짙은 감청색에서 물 먹인 담청 빛이 되어서야 잠을 청한다. 몸에도 좋지 않고, 여러모로 하루를 갉아먹지만 모두가 잠든 시간에 흐릿하고 몽롱한 정신으로 깨어있는 기분이 주는 매력이 있다.
그중 하나는 새벽 배송이 오자마자 집에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 도착 알림을 받자마자 살금살금 나가 택배를 들여오는데 문득 집 건물의 창에서 빛이 새어 들어오는 모양이 눈에 밟혔다. 내가 본 창 밖의 색은 푸른빛인데, 들어온 빛은 누르스름하고 따스했다.
짐을 다 들여놓고 정리하고서 다시 문을 열고 나가 괜히 창문을 몇 번 더 눈에 되새겼다. 이유는 없지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밤새지 않았다면 몰랐을 새벽이라기엔 아침에 가깝고, 아침이라기엔 새벽 같은 그런 시간대의 빛. 애매하게 쏟아지는 졸음과 뻑뻑한 눈, 몽롱한 정신을 얼러만 지기에 충분히 따스했다.
치과를 가는데 햇빛이 너무 뜨거웠다. 여름에 가까운 온도는 새벽의 빛과 비슷했지만 많이 달랐다. 사고서 처음 입고 나온 반바지가 덮지 못한 살결에 쏟아지는 햇빛의 폭격을 맞으며 새벽의 빛을 떠올렸다. 적당히 미지근하고 적당히 따스했던 그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