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14일, 오후 7시 49분
어떤 과제가 있을 때, 밤을 새우면 좋은 점은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 어떤 과제가 있을 때, 밤을 새우면 나쁜 점은 시간이 무한하다 착각하고 늘어지게 된다는 점. 거기에 정신이 몽롱하니 머리가 평소보다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도.
오늘은 그 나쁜 점을 체감했다. 어찌어찌 과제를 끝내긴 했지만, 스스로가 볼품없게 느껴질 만큼 형편없고 별로였다. 아직 배우는 단계이니 이러며 성장하는 거고, 당연히 완벽할 수 없는데도 스스로에게 내뱉는 '밤까지 새웠는데'라는 말이 주는 무력감은 생각보다 컸다.
밤을 새웠으니 몸이 견디질 못했다. 결국 잠깐 잠자고 일어나서 여유 부릴 시간 없이 또 할 일을 하고, 할 일을 하고, 할 일을 하는 내가 좀 서럽기도 대견하기도 했다. 밥 먹기 전 작은 틈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갑자기 스티커를 붙이고 싶어 졌다.
좋아하는 가수 앨범의 구성품인 스티커를 마음 가는 대로 덕지덕지 붙였다. 웃고 싶으니까 웃는 스티커도 꼭 눌러 붙였다. 충동적으로 했지만 꽤 마음에 들어 한참 봤다. 기분이 좀 나아졌다.
결과물을 본 다른 사람의 평에 마음이 울렁였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내가 너무 나 자신의 결과물에 겁먹고 있는 건 아닐까. 남에게 웃음을 주는 건 쉬운데, 왜 나에게 웃음을 주긴 어려운지. 다시 한번 핸드폰 뒤에 내가 붙인 웃음을 본다.
내일은 더 많은 웃음을 붙여줘야지,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