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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19. 2021

취향이 통하는 순간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18일, 오후 5시 17분


 날이 참 맑았다. 비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둥지둥하긴 했지만 약속 장소로 가는 길, 버스의 창 밖에서 보이는 밝음에 나도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


 올해 20살이 된, 작년에 내가 영어를 도와줬던 동생을 만났다. 같이 가기로 한 카페가 하필 휴무로 밥을 먼저 먹으러 갔는데, 브레이킹 타임에 걸려 바로 옆에 카페에 즉흥적으로 들어갔다. 카페 분위기도, 커피도 다 마음에 쏙 들었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이런 행복이 좋다. 그리고 일행도 같이 행복해줘서 더 그랬다.


 어쩌다 바닥을 봤는데 둘의 신발이 똑같은 걸 알고 놀랐다.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운명이라며 깔깔거렸는데, 그 후로도 자잘한 우연의 일치가 이어졌다. 의도하지 않고도 누군가와 취향이 겹칠 때 오는 짜릿함이란.


 식당의 분위기마저 좋았고, 음식도 맛있었다. 계획도 우연도 다 좋았다. 선선해진 날씨에 산책하며 들린 소품샵에서 당근을 보면 생각나는 친구들을 위한 당근 클립을 선물로 사고, 유독 선명한 달의 모습을 사진에 남기고. 일명 감죽감살, 감성에 죽고 감성에 사는 나를 이해해주고 호들갑 떠는 모든 순간을 기다려준 일행에게 고마웠다.


 그의 20살에 내가 쓴 책을 선물하고, 응원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고마웠다. 나의 순간에 누군가의  기분 좋은 흔적이 남는 것도, 남길 수 있는 것도 모두 고마운 일이다. 새삼 고마운 인연이 참 많다. 스쳐간 인연이든, 남아 있는 인연이든 전부.


 날만큼 기분도 참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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