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24일, 오후 5시 48분
집에 있으면 밖의 날씨를 가늠하는데 서툴어진다. 나와보고서야 아, 이런 날씨구나. 하고 안다. 안에서 본 바깥은 꽤 맑고 따듯했던 것 같은데, 나오고 살갗에 닿는 바람이 제법 차고 셌다. 농도 짙은 미세먼지로 살짝 흐리기도 했다.
우체국에서 중학생 두 명을 봤다. 꼼꼼하게 포장하고 수다 떠는 모습이 왜 그리 귀여워 보였는지. 나 역시 지나온 시간대인데, 똑같은 시간대를 걷는 다른 이는 나보다 더 빛나 보인다. 나에게 없는 것이 더 좋아 보이는 대상은 비단 물건뿐만이 아닌듯하다.
왜 지나고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을까. 미리 알 수 있다면 후회도 덜 하고, 실수도 덜 할 텐데. 예측할 수 없어 재밌고 더 의미 깊은 것들도 많지만, 미처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언제나 남는다. 마음껏 낭비한 내 학창 시절처럼. 아직도 중학생 두 명의 어쩌면 별거 아닌 수다 떠는 모습이 생각나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사실 날씨도 이럴 거라고 예측하지만, 매번 들어맞을 순 없다. 낭비한 순간들의 나도 예측하려 애썼을 테고, 그게 들어맞지 않은 것뿐인데. 새벽마다 난 그 날의 나를 부지런히 반추하고 평가하지만, 이 평가는 너무도 유동적이어서 휙휙 바뀐다. 오늘의 빼곡한 하루가 내일의 낭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너무 스스로에게 박해 지지 말자 해도, 너무 지난 시간에 연연하지 말자 해도 쉽지 않다. '~할 걸 그랬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가볍고도 무겁다.
굳이 돌아 돌아 참치김밥과 커피를 사고서 집에 오는 길. 조금은 뿌연 하늘 위에 전봇대가 만든 교차로가 보인다. 어디가 정답인지 정해진 채 만들어진 교차로일까. 사실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길이 되는데. 정해진 게 없는 곳에서 정답을 찾으려 애쓰는 건 하늘이나 땅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봇대 사진을 찍는데 동생을 우연히 마주쳤다. 우리 누나만큼 감성이 넘치는 사람이 또 있는 줄 알았다고 전화하는 사람에게 말하며 깔깔 웃는 동생의 등짝을 한대 내려치며 같이 깔깔 웃었다. 집에 돌아와 엄마표 김치찌개와 단무지가 빠진 참치김밥을 먹으며 고민하던 예능을 보는 일.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게 나의 빼곡함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