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부자 코리안

우리나라가 맛집 천국인 이유를 알 것 같아

by 리엘리

한국인 손님들의 예약 문의가 빗발친다. 사리씨가 ‘코로만델 문어, 게, 전복, 소라, 조개 채취 가능한 장소’라는 제목으로 뉴질랜드 내 한국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해 게시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마치 뉴질랜드 전역의 교민이 다 본 것처럼 해당 글의 조회수도 엄청났다.


섬나라 뉴질랜드는 낚시가 흔한 레저 활동이고, 다이빙해서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크레이피시나 전복, 문어 같은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종류의 각종 해산물을 이것저것 흔하게 먹지는 않는다. 유통망이 한정되어 있어, 가격도 비싼 편이다. 마트에서 적당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연어, 스내퍼(도미 종류의 생선), 홍합 정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이빙하지 않고 소라나 전복, 게, 조개를 갯바위와 해변에서 채취 가능하다는 글에 관심을 보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았다.


나의 예상보다 그 정도는 매우 심했다. 손님으로 오는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게는 어떻게 잡는지’, ‘전복과 문어는 어디에서 잡을 수 있는지’ 같은 것이었다.


“재미 삼아 예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걷다가, 내키면 발 담그고 조개 한 통 줍고, 예쁜 소라껍데기랑 가리비 몇 개 주우면 되는 거지. 그런 것이 휴가 아니겠어?.”


이랬던 내 생각은 몹시 안일한 태도였다. 약간 고생스러워도 무언가를 직접 잡아서, 일일이 손질해서, 내 입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수고스러운 과정을 기꺼이 하겠다는 한국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마치 문어, 전복, 게를 망태기 가득 담아 진수성찬을 먹을 작정인 듯 전투력이 넘친다. 모험심 넘치는 열정 부자 한국인들이다. 나는 마치 한국 사람으로 자격 미달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문제는 문어나 전복, 게도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초보자에게 잡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을 알고 찾아간다고 해도 그들이 ‘날 잡아가슈.’ 하고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수온이나 물 때, 바람, 파도, 날씨, 시간, 채집 기술 등 그때그때 변수는 엄청나다.


뉴질랜드에서는 일정 크기 이상의 전복을 제한된 개수 내에서만 잡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이빙해서 깊은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갯바위에 숨어있는 전복은 눈앞에 있어도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다. 갯바위의 전복 채취를 위해서는 최대한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날을 골라야 한다. 게다가 조금(한 달 중 조수가 가장 낮은 때, 보통 음력 7, 8일과 22, 23일)을 맞춘다고 해도 하루 중 어느 시간인지 그날의 날씨와 바람은 어떤지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손바닥만큼 큰 뉴질랜드 흑전복(paua)을 갯바위에서 잡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또한, 문어는 생김새와는 달리 행동이 엄청나게 잽싸고 몸을 감추는데 고수다. 문어가 보이는 순간, 갯바위 아래 모래 속으로 자취를 완전히 감추기 전에 갈고리로 다리 하나는 찍어 놓아야 겨우 잡을까 말까이다.


차라리 게는 전복이나 문어보다는 조금 쉬울지 모르겠다. 모래 속에 숨어있는 게를 잡으려면 최소 허리춤까지는 빠질 정도로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좋다. 갯바위 사이사이를 누비지 않고 그냥 모래 해변을 걸어 들어가면 되니 덜 힘들다. 미리 준비해 놓은 닭다리 한두 개를 매달아 놓은 촘촘한 그물망의 한쪽 끝을 손에 쥐고 닭다리가 달린 부분을 투망 던지듯 바다 멀리 내던진다. 잠시 기다리면 닭고기 냄새를 맡은 게들이 그물망에 걸려들어 온다. 이렇게 잡히는 뉴질랜드 게는 크지 않다. 크지 않아도 집게발은 날카롭고 억세기 때문에, 맨손으로 꺼냈다가는 손을 다치기에 십상이다. 물론, 게라고 던지는 족족 잘 잡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그 많던 게들이 다 어디에 숨었는지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다.


결국 글을 게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만델 문어, 게, 전복, 소라, 조개 채취 가능한 장소’ 게시글을 삭제했다. 변수에 대해 생각지 못하고 또는 변수가 있다는 것조차 잘 모른 채 그곳에 가기만 하면 무조건 전복과 문어, 소라를 잡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일부러 그곳을 찾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실망감만 가득 안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사리씨와 달리, 나는 ‘전복, 문어잡이’에 쏠리는 엄청난 관심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먹고사니즘에 굉장히 적극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가짐에서 오는 것이구나 싶었다.


얼마 전, 사리씨와 함께 굉장히 오랜만에 전복이 사는 갯바위에 가서 전복을 세 개 잡아 왔다. 바닷물이 많이 빠지고 파도가 잔잔한 따뜻한 날이었다. 갯바위 사이로 눈만 내놓았던 게들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옆걸음으로 갯바위 틈바구니로 쇽쇽 도망치는 모습이 보인다. 윤슬이 반짝이는 먼 태평양의 바다가 눈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다. 빈손으로 돌아와도 괜찮은 한나절의 여유인데, 전복이 세 개나 생겼다. 딱, 이거면 족하다. 나는 어쩌면 조금 부족한 한국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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