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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Sep 03. 2024

설연휴 남편과의 만남 - 입원 7일 차

폴바셋에서의 꿀 같은 시간


병원생활에서 찍은 사진은 온통 이런 배경뿐임을 이해해 주시길.. ㅠ


엄마의 간병을 하는 2주 동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남편과의 상봉이었다. 마침 설 연휴가 다가오기도 했고 남편은 아내가 걱정되었는지 병원으로 문병을 온다고 말하였다. 다행히 요양병원처럼 외출이 엄격했던 것은 아니기에 남편을 만나러 잠시 나갈 수 있었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간단한 식사나 물품 정도 사는 것만 가능하지만 병원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다시피.. 이 답답한 생활에 잠시나마의 몰래? 외출마저 없으면 ㅠㅠ 너무나 힘들기에..)


순천향대학교 병원은 그 핫한 한남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그 주변이 핫한 곳인지 어떤 맛집이 있는지 통 관심도 없었고 알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남편을 만날 때는 그나마 순천향대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폴바셋이나 스벅에서 상봉을 하였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너무 힘이 들었고 (마치 무슨 열병처럼) 실내에 있으면 온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며 땀이 나고 온몸이 아파왔다. 게다가 환자들이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온풍기를 강하게 틀어놓았고 안에 병원 실내는 무지 건조하고 더워서 숨이 막혀왔다. 또한 엄마는 무슨 일인지 자꾸만 그 비좁은 공간에서 커튼을 치라고 하는 바람에 정말 감금도 그런 감금이 없었으니.. 무척 추운 날씨였지만 한 번씩 병원을 탈출할 때면 그 추운 겨울의 온도가 너무 시원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과의 외출은 천국이었다고 할까.


그렇게 남편과의 상봉으로 폴바셋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심신이 지친 이유 때문인지 사실 대화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수면 부족도 원인이었던 듯하다. 그냥 택시 타고 집으로 가서 잠깐 몇 시간이라도 누워있다가 병원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몇 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왕복 시간을 빼면 고작 길어야 2시간 정도밖에 집에서 쉴 수 없었기에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흑흑..


그때는 엄마가 정말 일어나지 못하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살아 돌아오셔서 잘 드시고 (물론 협착증과 디스크 등으로 허리통증이 심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지내실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고통의 시간이 그때는 악몽만 같았으나.. 지금은 이렇게 추억을 회고하며 한결 평안해진 마음으로 병원일지를 정리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귀찮지만 남은 일지 등을 마저 정리해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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