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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Nov 10. 2021

화담숲에 갈 때 꼭 챙겨야 할 Tip ②

들어갈 때는 쉬우나 나오기는 어려운 그곳, 화담숲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화담숲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 우여곡절 끝에 12:55분이 되어서 모노레일 앞으로 도착한 나. 직원에게 영수증에 적어준 시간표를 내밀었더니 직원은


"아, 이거구나."


라고 말하며 내가 잃어버린 탑승권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이때 조금 놀랐던 지점은 누군가 내 탑승권을 꿀꺽하지 않고 정직하게 직원에게 반납했다는 사실이었다. 몇 달 전 지하철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찾을 수 없었기에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탑승권도 누군가 가져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이미 모노레일 표는 모두 매진이었기에..



아름다운 색감은 모두 모여있던 화담숲


그런데 불쑥, 이런 생각도 들었다. 표가 2장이었다면.. 되돌려줬을까?

보통 화담숲을 찾는 관광객들은 연인, 가족 단위이다. 나처럼 혼자 이 아름다운 곳에 들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가들이 아니고서야.


어쨌든 그렇게 드. 디. 어 모노레일을 타게 되었다. 나는 2구간이 정상(전망대)인 것을 모르고 1-3구간의 표를 구매하여서 3구간에 내려서 2구간까지 다시 올라갔다.


화담숲은 둥근 원 모양으로 길이 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1-2구간, 2-3구간, 3-1구간(원점)으로 돌아오는 원리이다.


화담숲에는 구간별로 다른 정원과 숲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천천히 둘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렇게 어슬렁 거리며 화담숲의 아름다운 색감을 감상하던 중 택시 운전기사님의 충고가 떠올랐다.




예약이 쉽지 않은 화담숲 모노레일


"최대한 빨리 둘러보고 나와요. 택시가 없으니까."


그렇다. 나는 그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서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2시 30분. 남은 곳을 30분 만에 둘러보고 얼른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초고속으로 남은 숲을 둘러본 나는 오후 3시 매표소 앞에 도착했다. 마음이 다급해져 콜택시에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 직원은 주변에 택시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문자를 주겠다고 말하였다.


1분

3분

5분


띠리릭~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화담숲 매표소 앞 주변에 택시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문자를 보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카카오 택시 어플을 다운로드하였다. 하루 종일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 덕분인지 배터리는 15%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카카오 택시 어플로 호출을 하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카카오 택시 호출도 계속 실패하였다. 어느덧 시간은 3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화담숲 들어올때 탔던 택시 기사님이 주신 명함이 생각나서 급히 전화를 걸어봤지만, 본인은 멀리 나와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답변하였다. (아마도 추측컨대 그냥 이곳에 오기 싫었던 거겠지.ㅠㅠ)



화담숲 3구간의 전망


일단 집에는 가야 했기에 매표소를 나와서 언덕을 따라 곤지암 리조트 쪽으로 내려갔다. 주차요원에게 물었다.


" 시간에 택시  잡히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에 돌아갈 방법이 없을까요?"

"그럼 방법이 없어요. 계속 역 쪽으로 걸어가면서 콜택시에 전화해보세요. 그런데 아마 쉽지는 않을 거예요. 왜냐면 이미 택시를 타고 곤지암 역 방향으로 나가는 택시들만 있을 거라서.."


"What?????"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체념하게 되었달까.


"그래. 택시 못 잡으면 그냥 어디 싸구려 모텔이라도 가서 1박 하지 뭐."


그렇게 터덜 터덜 내려오는데 웬 버스 정류장 같아 보이는 정류장 아닌 정류장이 하나 보였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그곳에 서 있었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운행이 중지되었다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아닌가 싶었다.)


한 때 MBTI E유형이었던 나는 (아마도 지금은 I형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지만)

중년을 훌쩍 넘은 부부에게 말을 걸었다.



고요한 숲의 풍경


"여기 혹시, 버스가 서 나요? 집에 가야 하는데 콜택시를 잡을 수 없어서요. 혹시 택시 기다리시나요?"


그러자 나이 든 여인은 내게


"우리 콜택시 기다려요. 여기로 온다고 했는데. 빨리 안 오네."


라고 말하였고 나는 혹시 그 콜택시 번호가 이 번호가 맞냐며 내가 걸었던 콜택시 번호를 내밀었다. 그런데 웬 걸. 같은 회사였고 그분들은 어찌어찌 콜택시를 통해 택시 예약을 완료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나만 안된 거.ㅠㅠ) 일단 집에 돌아가야 했던 나는 그분들께 정중하게


"혹시 제가 택시비를 같이 부담한다면 택시를 함께 타도 괜찮을까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나이 든 여인은


"에이~ 무슨 택시비야. 그냥 타요. 우리 올 때도 어떤 분 태워줬는걸. 뭘~"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제가 미리 드릴게요."

라고 말하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자


"아냐, 아냐~ 이따가 내릴 때 그럼 2천 원만 줘요. 무슨 돈이야~"



모노레일을 올려다보며


택시는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았고 꽤 오래 기다렸으며 하물며 택시 운전기사님과 의사소통이 잘못됐는지 (도착하자마자) 택시 운전기사님은 여긴 곤지암 리조트가 아니라며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 하...


어쨌든 드디어 택시를 타고 이제 한 숨 놓으려나 하던 순간이 왔고, 긴장이 살짝 풀렸는지 눈이 감기던 찰나 이제는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여긴 화물차들이 많아서 지금 시간 되면 빠져나가는 화물차들 때문에 차가 엄청 막혀요. 에잇. 다시는 여기(화담숲) 올라오지 말아야지.”


그렇게 그렇게 운전기사님만의 좁고 좁은 샛길과 지름길을 통과 통과하여 드디어 눈물겹게 '곤지암역'에 도착하였고, 고마운 마음에 (총 택시비 1만 2천 원) 7천 원의 택시비를 합승한 분들께 내밀자


"아냐. 아냐. 아냐. 2천 원만 가져갈게요."


라며 쓰윽~ 2천 원만 빠른 속도로 받아가시는 것이 아닌가. ㅠㅠ

어찌나 죄송하고 감사한지. 합승할 수 있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택시비를 2천 원 밖에 받지 않으시는 이 천사 같은 노부부를 보자니 마음이 낙엽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후끈후끈거렸다.


세상은 정말, 아이러니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분들과 역 앞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화담숲에서 만난 빛


어쩌면 우리의 인생 또한 비슷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지 못할 것 같은 사람도 있지만 때론 신뢰감을 주는 사람도 있으며 뒤통수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듯이. 비록 우여곡절 많았던 화담숲에서의 하루였지만 마지막 만난 노부부로 인하여 훈훈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화담숲의 단풍처럼 곱고 고운 마음씨를 지닌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화담숲 Tip. 04

돌아오는 시간은 무조건 오후 3시 이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화담숲 Tip. 05

콜택시, 카카오 택시 모두 예약 실패일 때는 택시를 기다리는 장소 '셔틀버스 정류장' or '곤지암 리조트' 앞으로 가서 정중하게 (돈을 지불하고) 합승 부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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