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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May 17. 2023

보호자들과의 대화 - 입원 3일 차

어머니는 어쩌다 입원하셨어요?

병원에서 찍을거라곤 이 풍경밖에 없어서. 자꾸 이 사진만 올리게 되는 점 이해해주시길. ㅠㅠ


오늘 날씨는 이미 여름인 것 같다. 엄마가 아프셨던 지난 긴 겨울이 마치 꿈만 같다. 얼마 전에는 친정에 다녀왔는데 엄마는 이제 워커 없이도 곧잘 걸으신다. 정말 꿈만 같다. 엄마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실 줄 알고 마음 졸였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보통 부모님이 척추골절을 당하면 보호자들은 2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어서 빨리 시멘트 시술을 해서 걷게 해드린다.

2. 대학병원에서는 시멘트 시술을 권유하지 않으니 긴 싸움이 되겠지만 보존치료를 한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던 나는 2번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시멘트 시술의 장점도 있지만 학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시멘트 시술을 권유하지 않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대학병원 교수들은 골다공증 치료 + 보존치료를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엄마가 다니는 상계 백병원 척추센터에서도 시멘트 시술은 절대 권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전문가의 의견일 뿐. 엄마는 워낙 몸이 약했고 누워있음으로 인하여 생기는 합병증이 많아서 보존치료를 하다가는 정말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러나 보존치료 6개월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엄마의 모습을 보자니 교수님 말씀을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나의 선택이 엄마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순천향대학교에 입원한 지 3일 차 정도가 되었을까. 옆에 있는 보호자님이 내게 말을 걸었다.


"들어보니 그쪽 어머니도 투석환자이신  같은데 입원하신 거예요?"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읊었다. 옆에 있는 보호자님의 어머니는 80세가 넘으셨는데 투석을 시작한 지는 3년 차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본인이 혼자 어머니 간병을 하고 있다고 지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 그만 돌아가셔야 할 텐데. 오랜 간병에 너무 지치네요.'


오죽하면 그럴까. 아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홀로 거동이 불편한 투석환자를 간병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간병사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본인이 돌보는 게 편하다고.


사람의 마음이란 이처럼 이중적이다.

엄마를 간병하는 게 힘들면서도 또 남에 손에는 맡기기 싫은 마음.


모든 게 막막했을 때 그분은 내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고 멀리 마트에서 사 온 군고구마를 먹어보라며 건네주기까지 했다. 엄마는 또 그 고구마가 맛있다며 얼마나 잘 드시던지.


병원에 있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서로에 대한 히스토리를 듣게 된다. 형제가 있어도 다 필요 없다느니, 간병이 너무 지친다느니, 서로의 어머니가 많이 좋아지신 거 같아서 기쁘다느니. 그런 별말 아닌 이야기들이 왜 그렇게 힘이 되는지.


입원 3일 차에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그럭저럭 버텼다. 다음 병실에서 일어날 일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어쩌면 조금 평안한 날을 보냈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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