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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May 15. 2023

일반병동으로 이동 - 입원 2일 차

본격적인 간병이 시작되다.

나의 유일한 휴식처는 이 창문 밖 풍경을 보는 것이었다. ㅠㅠ


병원일지를 작성해두지 않으면 먼 훗날 후회할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인데 참 기록을 더듬으며 정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왜 이렇게 게으른 것인지. 기억이 더 왜곡되기 전에 얼른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날 응급실에서 보내지는 병실(통합병동) 이동한  엄마는 다음날에서야 정식으로 병실을 배정받을  있었다. 처음에는 안도감이 들었다. 엄마를 요양병원에 모셔두지 않고 일반 병원으로 옮겨 돌볼  있다는 사실에. 역시 간병은 해봐야 아는 것일까. 간병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나는 2 동안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병실에서 받은 온갖 스트레스를 아빠한테 전화로 풀면서..  후회할 짓도 많이 했다.)


우리의 병실은 맨 끝방이었는데 비상 대피공간 확보 때문인지 창가자리(1인석)는 비어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5인실이지만 한 침대가 비어있어서 4인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엄마는 정가운데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병실에는 다양한 환자들이 함께 있었다.


엄마의 왼편으로는 엄마와 똑같이 투석을 받는 환자. 엄마의 오른편에는 폐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엄마의 맞은편에는 폐에 있는 조직을 떼어내는 수술을 앞둔 환자.


신기한 건 모두 보호자가 동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병실에 직업 간병인은 없었다. 엄마가 누운 침상 라인은 모두 딸들이 간병을 하고 있었고 우리 병상 맞은편만 70세 넘은 남편이 아내를 간병하고 있었다. 오른쪽에 있는 딸은 목소리도 예쁘고 엄마에게 무척 상냥했다. 왼쪽에 있는 딸은 조금 지쳐 보였다. 맞은편에 있는 70대 남편 보호자는 아내에게 끝없이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모두 제각각의 모습이었다.


엄마는 폐렴 때문인지 기운이 없었고 수면제를 드시면 병든 닭처럼 눈을 감고 내내 누워있었다. 그때는 정말 엄마가 돌아가시는 줄만 알아서 그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었다. 그래서 더 후회 없이 엄마를 직접 보살피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누군가 다시 그렇게 하라면 절대 하지 못하겠지만. 그때 엄마 곁에 있어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도 불안정한 인간일 뿐일까. 어떤 날은 친절하게 어떤 날은 짜증을 내며 엄마를 돌보았다.  훗날  시간들이 무척 그리워질 거란걸 알기에 미흡한 간병이었지만 엄마와 병원에서 함께 보낸 시간을 소중하게 기억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병실에 입성하자마자 병원과 연계된 간병 업체 연락처를 주머니에 넣어뒀다. 엄마가 언제 퇴원하실지 알 수 없었고 나 또한 엄마를 계속 돌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었기에). 2주란 시간을 나 홀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엄마는 며칠 동안은 계속해서 검사를 했다.

그렇게 특별한 일이 없었던 병원에서의 며칠이 이어졌다.


Tip) 간병업체 연결


1. 병원에 입원하면 병원과 연계된 간병업체 리스트 목록을 받아볼 수 있다.

2. 보통 오래 입원하는 환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3. 가격은 환자의 거동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4. 책정된 가격은 요양병원 간병비보다 조금 더 저렴했다.

5. 여러 업체에 전화를 걸어 비교해 본 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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