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실에서의 불쾌한 경험들
엄마가 퇴원하신 지 어느덧 두 달이 넘어간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엄마는 이제 워커 없이도 잘 걸으신다. 처음에는 허리 통증을 자주 호소헸는데 그것도 많이 나아졌다. 물론 통증의 양상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계속 반복하는 느낌이긴 하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또 엄마가 많이 좋아지시다 보니 병원일지를 이어서 쓴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힘을 내보아야지. 과연 올해 지나기 전에 병원일지를 모두 완성할 수 있을까? ㅜㅜ
사실 지금의 기록들은 기억력에 의존하여 작성하다 보니 요일의 혼동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하지만 얼추 맞을 것이라 확신하며.. ^^;;;
입원 4일 차 드디어 폐에 물을 빼는 시술을 하기 위해 병실을 옮겼다. 이유는 왼쪽 폐에 호수를 꽂아야 하는데 엄마가 처음 계시던 병동은 정중앙 자리여서 호수를 연결하고 물을 뺄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처음 엄마가 계셨던 병실은 복도 맨 끝 4인실인 데다가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모두 순하고 좋으셔서 편했다. 하지만 첫 번째로 옮긴 병실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옮긴 병실 가장 안쪽에 입원중인 투석환자분이 문제였는데. 심한 변비로 장이 파열된 환자였고 하필 섬망증상이 '욕'으로 나타났다.ㅠㅠ 밤낮 가리지 않고 잠도 주무시지 않고 어찌나 욕을 해대는지.ㅠㅠ 너무 힘들었고 남편분인 보호자분까지 그런 아내에게 같이 쌍욕을 하는 바람에 ㅠㅠ (물론 그분의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얼마나 지치면 저럴까 싶기도 했지만. 도저히 같이 방을 쓸 수 없었다. 환자가 시끄러우면 보호자라도 조용해야 하는데..ㅠㅠ 하...)
이틀정도는 어떻게든 버텼던 것 같다.
'언젠가 퇴원하시겠지.'
'조금만 참으면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런 생각조차 엄마와 내겐 희망고문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또 재미있었던 건 우리 건너편 환자와 보호자였는데 두 분은 자매사이였다. 그런데 대뜸 나에게 다가와 종교를 믿느냐며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짧은 순간에도 무언가 범상치 않은 느낌이 있었고, 나중에 얼핏 (엿)들어보니 '여호와 증인'이었던 것...ㄷㄷㄷ
참 2주란 짧은 기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도 전국방방곡곡의 특이하고 희한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어찌 되었든지 엄마는 입원 4일 차쯤에 드디어 폐에 호수를 꽂는 시술을 하러 가게 되었고 시술을 잘 받고 돌아온 후 엄마는 (다행히 부분 마취 덕분에) 큰 통증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담당 교수님은 아주 동그랗고 작은 마약패치를 엄마 몸에 붙여두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 작은 마약패치가 문제였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든 엄마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으니..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