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병실을 옮기다.
엄마는 본격적으로 폐에 찬 물을 빼기 시작했다. 폐에 작은 관을 연결해서 물이 다 나올 때까지 빼는 시술이었는데 엄마는 꽤 고통스러워하셨다.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그게 어머 어마한 통증이라기보다는 마치 화살촉을 옆구리에 박아 놓은 것 같다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뽑아버리고 싶다고 하셨다.ㅠㅠ
또 하필 엄마는 마약패치의 부작용으로(한참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려움 발작 증상까지 생겨났다. 발작이라고 해서 막 흔히 생각하는 그런 발작은 아니었지만 한번 가려움이 시작되면 엄마는 온몸을 사정없이 긁어댔고 여기저기에 상처가 났다. 특히 밤과 새벽에는 증상이 심해졌고 잠결에 호수 관 주변을 심하게 긁어서 주변 상처가 찢어지고 출혈이 발생하기도 했다.
혹시 항생제 부작용이 아니냐고 간호사 선생님께 문의했지만 항생제 부작용이라면 항생제 주사를 투여한 직후 반응이 나타나야 한다고 했다. 엄마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고 아마도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담당의는 답했다.
힘든 점은 이뿐이 아니었다. 엄마가 걸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왼쪽 폐에 24시간 호수관을 꽂고 있다 보니 ㅠㅠ 걷는 연습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무한반복 24시간 누워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초조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긴긴밤이 지나고 나면 엄마는 병원 내부 투석실로 화, 목, 토 4시간씩 투석을 받으러 가셨다. 그 시간은 내게 유일한 자유의 시간이었는데 난 주로 병원 안을 산책하거나 병원 복도 자판기에서 원두커피를 뽑아 마셨다. 또는 엄마 물품들을 사러 편의점에 가거나 잠깐 바깥에서 산책을 하기도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난 자유시간을 틈타 커튼을 열어둔 채 원두커피를 뽑아 마시기 위해 병실을 비웠다. 병에서 도난을 당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이유는 워낙 사람이 많기도 했고 무슨 엄청난 귀중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가 투석실에서 병실로 돌아온 후 룸 스프레이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찾아도 룸 스프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몇 번 뿌려보지도 못했건만.. 2022년 호주 여행에서 산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아로마 스프레이였는데 ㅠㅠ 영어가 적혀있고 나름 희귀해 보였는지 누군가 훔쳐간 것이었다. 흑흑...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병원에서의 도난은 매우 흔한 일이어서 귀중물품은 스스로 잘 보관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또 한 번 교훈을 얻어가는구나.' 쓰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생사를 오고 가는 긴박한 병원에서조차 도난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면서도 무섭게 느껴졌다.
혹시 입원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물품을 잘 간수하라고 꼭 당부해 드리는 바이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