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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Jul 20. 2021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도시의 소음

글렌 러치포드 Kate in New York


도시의 소음은 늘 시끄럽고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2층에서는 엄마와 아빠에게 혼이 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옆집에서는 가요를 따라 부르는 남자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에서 시를 쓰는 Y 만났다. 부쩍 수척해진 그녀는 최근 망막박리로 인하여 급하게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한쪽 눈이 뿌옇다고, 그래서 모든 사물이 달라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앞을 볼 수 없는 것보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더 적막하대.'


나는 Y의 그 말이 조금 의아했다. 보지 못하는 것보다 듣지 못하는 게 더욱 적막하다는 건 어떤 것일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짐작만 해야 하니까. 소음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이지만 Y의 말을 듣고 모든 소리가 사라진 '정원'을 떠올렸다. 적막만이 가득한 정원에서 풀잎 냄새를 맡는다면 그토록 싫었던 일상의 소음들이 그리워질까.


물 호스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

대야의 고인 물에 두 손을 씻는 소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담배를 태우던 소리

남몰래 흐느껴 울던 소리


모든 소리가 사라진 정원에 있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일상의 소음들도 조금 애잔하게 느껴진다. 7월이 되었지만 우리 동네는 치킨을 실어 나르는 퀵배달 오토바이 소리로 여전히 시끄럽다.


크게 들렸다가 이내 사라지는 소리들


문득 일상의 소음들이 삭막한 도시정원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소리들이 있어서 쓸쓸하지 않은 거라고.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산의 바람 소리나 새소리처럼 소중한 것이라고.


읽은 책 제목으로 글을 씁니다.


비 내리던 날


<넘기지 못한 페이지>

* 제목: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ㅣ 파스칼 키냐르


p.13 끝으로 시미언 피즈 체니가 <야생 숲의 노래> 3쪽에 기록한 구절을 여기 옮겨 적는다. 나는 이 구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Even inanimate things have their music. Listen to the water dropping from a faucet into a bucket partially filled. 생명이 없는 사물에게도 나름의 음악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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