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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Aug 11. 2023

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

자신의 몸을 신뢰하라.

그 해 여름 산토리니 해변의 풍경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넘겨보다가 <9장 여성 호르몬 건강과 불안>이라는 파트가 흥미로워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정직한지. 몸에 나타나는 징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 의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지 허점이 많은지도 알게 되었다. 인간의 몸을 유기적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고 다른 과로 넘겨버리는 태도. (하물며 같은 산부인과에서도 ‘부인종양, 내분비과, 산과’의 의사들이 각각 부인과 질환이나 생식기관(인체)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이 너무 다르다.)


또한 현시대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들에 대하여도 생각해보았다. 환자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시간에 쫓겨 세분화하고 (또는 자기 전공이 아니라며) 한 부분에서만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의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실정이다 보니 의학 유튜브 채널은 점점 증가하고 사람들은 담당의사에게 문의하기보다 유튜브 채널 등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의대에서 조금 더 공부했다고 환자들이 호소하는 몸의 징후들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무시하는 의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정신건강의학자이자 저자인 ‘엘런 보라’는 이런 현실에 사이다를 날린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대하여 의료진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내 몸은 내가 더 잘 압니다.”


오랜 시간  몸을 겪으며 나의 인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결국  자신뿐이다. 훌륭한 의사를 만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몸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가며 자신의 몸을 대신하여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또한 중요한 일일 것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인간이 질서라고 생각하는 이 모든 사회적 시스템들이 과연 당연하고 올바른 것인지. 효율을 추구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몸마저 효율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다.



엘런 보라 ㅣ 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
<넘기지 못한 페이지> 


p.146 안타깝게도 주류의학은 예방보다는 치료에 중점을 두며 인체를 대할 때도 여러 조직이 복잡하게 연결된 거미줄처럼 이해하기보다는 각각의 조직이 개별적으로 모여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자가면역을 다루기에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만약 건선과 불안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 한 의사는 건선을 치료하고 다른 의사는 불안을 치료한다. 그러면 한 걸음 물러서서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살펴줄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p.176 이처럼 여성의 목소리가 묵살당하는 사례(채리스의 경우처럼 같은 여성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외에도, 자신의 요구가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다고 느낀 여성 환자의 몸이 직접 스스로를 대변하려 시도하는 현상도 왕왕 목격했다. (중략) 그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몸이 대신 말하는 것이다. 여기 뭔가가 잘못됐어요 또는 나 힘들어요 하고 말이다.


p.178 결론적으로, 만약 당신이 건강상 이유로 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가 그것을 무시하거나 별일 아닌 듯 군다면 괜히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순순히 침묵하지 마라. 자신의 몸을 믿어라.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워라. 내 몸을 의심하기보다는 시스템을 의심해라.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리고 사회의 부당한 부분을 계속 개선해 나가는 일에는 우리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 엘런 보라 | 내 몸이 불안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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