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좋아
사람과 달리 생긴 외형에 달리 생긴 울음소리의 동물들은 이상하게도 사람 마음에 안정을 준다. 채 핥지 못한 털이 부숭부숭 난 아기고양이는 먼지덩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어도 그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신기하게도 반려동물을 쓰다듬으면 행복 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근데 이는 쓰다듬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함께 분비된다고 한다. 정말 귀엽고 소중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새의 갸우뚱 거리는 머리나 파충류의 도르륵 굴러가는 눈 역시도 깜찍하다. 바삐 걷다가 다가온 길고양이가 다리에 고개를 비빌 때 가슴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을 수 있지만, 뭐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다면 더 좋기도 하지만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가? 살기 위해서 그냥 쑤셔 넣는 음식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피자나 마라탕이나 짜장면이나 김치찌개나 다 먹고 싶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니면 식사류가 아니어도 괜찮다. 와플이나 에그타르트 푸딩 같은 게 좋을 수도 있다. 한 입에 얼큰하거나 한 입에 기분이 붕 뜨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나? 육즙이 팡 터지거나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는 음식일 수도 있다. 소울푸드라고 일컬을 만한 음식이 있는가? 아직까지 그런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그래도 괜찮다.
여행을 좋아하나?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가? 가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웠을까? 이름도 생소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나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나 전혀 모르는 장소의 가운데 있어 본 적이 있나. 아니면 항상 매년 가는 가까운 여행지 같은 게 있을까. 부산의 국밥, 대전의 성심당 빵, 춘천의 닭갈비를 먹으러 가본 적이 있나? 여행까지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외출이라도 한 적이 있을까?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구매해 먹은 적은? 하다못해 버스에서 졸아 잘못 내린 정류장에서 묘하게 이질적이고 새로운 장소에 대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 않나. 만약 한 번도 여행이라고 칠 게 없더라도, 새로운 장소의 새 경험도 없더라도 괜찮다.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가? 영상물이 아니면 책이나 웹툰도 좋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에서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진정됨을 느끼며 울렁이는 롤러코스터에 타는 것을 취미로 가졌을까?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찍힌 배경이 너무 아름다운 적이 없었나. 어쩌면 그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로부터 거리감을 느꼈을 수도 있지. 내 현실은 저러지 못한데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싶고. 하지만 그런 것뿐만도 아니었을 테다. 완벽한 대사에 완벽한 촬영기법과 완벽한 배우의 연기를 보며 감탄한 적이 있지 않나. 흔히 명장면이라고 일컫는 장면 말이다. 그때 그 가슴 뛰는 울렁임을 기억하는가? 이야기 같은 건 질색이라고?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아쉽지 않을까?
새로운 즐거움과 새로운 나를 알아가는 삶은 기쁠 것이고 봄의 미지근한 밤공기, 여름의 반짝이는 바다, 가을의 맑은 하늘, 겨울의 쏟아지는 함박눈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그 길고 긴 외롭던 싸움은 언젠가는 막을 내리게 된다. 단지 그것으로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확신에 차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랬으니까. 그런 작은 기쁨이 이유가 되어 당신의 생을 기대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 모든 슬픔에도 당신은, 살아가고 싶을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그런 삶을 말이다.
이로써 내가 나는 살기로 선택했다에서 하고 싶던 본 내용은 모두 쓰였다. 그래서 이 전체를 읽은 당신도 살기로 선택했음을 믿고 싶다. 다음 내용은 에필로그와 부록으로 이어진다. 마지막까지 언제나, 언제나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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