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면은 어디에나 있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글을 꾸준히 연재하는 것도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지만 우울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게 정말 어려웠다. 여러분에게 원인을 찾으라는 둥,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글을 써 내려갔지만 나 역시도 겨우 나약한 일개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울증 시기를 마주하고 앉으니 심란했다. 일기 속의 나의 모든 감정이 너무 잘 느껴져서 거기에 동화돼 몇 주간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 기억은 옅어지고 흐려졌지만 역시나 쉬운 병이 아니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런 고통을 느낄 거라는 것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있다.
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당시엔 우울증 완치에 대한 내용을 거의 찾기 어려웠다. 맨 첫 글에서도 말했듯 완치가 가능하다는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더 불안했고 더 두려웠다. 미래가 두려운 이유는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음에서 온다고 하더라. 우울증의 지속 역시도 그랬다.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시기에 지금 나처럼 완치한 사람이 쓴 글을 봤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았다. 확실히 경험한 사람이 적은 확실한 완치의 전개. 그렇다면 그 글을 본 나 역시도 나을 거라는 희망을 충분히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글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나는 우울증을 겪고 나은 산증인이다. 물론 나는 우울증에 대한 전문가도 의사도 뭣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일반인인 내가 해냈다면 내 글을 읽는 사람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그래서 실제로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그리고 마무리하려는 이 시점에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닿는 것이다. 이 글이 아주 널리 널리 퍼진다면, 정신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은 희망을,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방향을, 그리고 나에겐 금전적인 이득을…ㅎ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순한 의도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향한 내 진심이 거짓이 되진 않는다.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닿고, 정신과가 내과나 다름 없어지고, 언제든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미래가 쉽게 오지는 않을지라도 꿈꿔볼 수는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연재를 하며 느낀 건 생각보다 많다. 나는 언제나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내가 보는 반짝이는 순간, 반짝이는 생각을 포착해 써내려 그걸 읽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완벽하고 싶은 욕구는 정작 글을 쓰지 못하게 했다. 나는 완벽해야 했기에 시작하기도 어려웠고 끝내는 경우는 아예 찾을 수 없었다. 글을 안 쓰는 사람이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어불성설이다. 브런치에 이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먹고 처음으로 매주 연재를 하는 경험을 해봤다. 날이 정해져 있는 것은 완벽주의를 깨기에 좋았다. 나는 언제나 내 글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꿨다. 물론 몇 번의 이슈가 있었으나… 주간 연재를 거의 마무리했다고 봐도 좋은 지금에 와선 여기까지 온 내가 정말 기특하다. 어쨌든 간에 한 책을 써 내려간 것이, 지금까지 15주를 이곳에 투자한 게 으쓱했다. 나는 이제 글을 쓴다. 어디 가서 작가(지망생)이라고 말하기 조금 덜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우울증 글을 끝마치며, 완치한 사람이 하는 기만 같이 느껴질 수는 있지만 나는 내가 우울증을 겪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은 내가 힘들다는 걸 알려줬다. 나는 항상 내가 괜찮은 줄만 알았다. 그랬기에 그때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터질 병이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걸 잘 지나가는 건 역시나 어려웠지만 헤쳐나간 지금에 와서는 나를 더 잘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괜찮지 않았던 것, 내가 진실로 느끼는 감정, 어떨 때 내가 힘들어하는지, 어떤 것으로 내 상태를 나아지게 할 수 있는지, 궁극적으로 내가 나를 어떻게 돌볼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면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다시 한번 기만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좋지 않은 면만 보다 보면 끝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 좋은 것만 생각하는 게 심신에 좋다.
내 글을 읽어준 사람들은 어찌 됐든 우울증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가장 감사를 표하고 싶은 분들은 역시 현재 병을 겪고 있는 독자분들이다. 한 걸음이 얼마나 힘든지 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런 글을 찾아봄으로써, 잠깐이라도 스스로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당신은 아주 큰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마주하기 싫은 걸 언제든지 피할 수야 있지만 이렇게 직면하고 있는 당신은 엄청난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 같은 사람도 해낸 이 여정을 당신 역시도 충분히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이름도 모르는 이가 다른 이름도 모르는 이에게 전하는 이 작은 진심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동하게 했다면 좋겠다.
다른 독자분들도 항상 무한한 감사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얼마나 큰지, 하나의 반응에도 웃게 되는 삶을 내가 가질 수 있음이 참 소중하다. 그동안 참 길었던 내 글들을 따라와 주어 정말 고맙다. 하지만 나의 원 목표에 따라 필요한 이들을 위해 널리 널리 퍼뜨려준다면 더더 고마울 것이다. 당신이 옮긴 글로 한 사람이 더 살고 싶게 만들었다면 우리 모두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끝내며 참 많은 감정이 교차하지만 가장 큰 감정은 역시 기쁨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앞으로도 내 삶의 주인공일 것이다. 그리고 당신 역시도 엑스트라가 아닌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다. 당신 삶의 희로애락을 온전히 당신 것으로만 채우고 살길 바란다. 다음 주엔 나름의 병원 선택에 관한 아주 소소한 팁을 부록처럼 써 볼 예정이다. 이로써 후기 비슷한 내 감상을 마치려고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안녕하세요.
사진: Unsplash의Sergey Shmi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