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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쥔공 Feb 25. 2024

부록: 병원 선택에 관한 나만의 팁

삶을 살아가며 모든 곳을 방문할 수도 모든 것을 경험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집중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보고 선택할까? 많은 경우에 이것은 후기로 귀결되지 않을까. 굉장히 특별히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면 후기가 없어도 찾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기를 본 뒤에 방문한다.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본 뒤에 실패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제목으로 쓰일 만큼 유명한 구절이 있다.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하물며 내과 가기 전에도 후기를 찾아보는 나 같은 인간에게 아무런 후기도 없이 대체 어떤 선택을 어떻게 내리란 것일까. 



이것은 그런 상황에서 내가 내렸던 선택들에 대한 정보이자,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아보는 글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갔던 병원은 총 4곳이며, 내 설명이 모든 정신과에 대한 후기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이들을 위해 작성하는 글임을 밝힌다.








정신과를 크게 몇 가지 분류로 나누자면 거의 상담 없이 약만 주는 곳, 상담과 약을 병행하는 곳, 상담만 하는 곳으로 나눌 수 있겠다. 나는 상담만 하는 병원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제외하고 앞에 두 곳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거의 약만 주는 병원


여기서 '거의'가 붙은 건 감기 걸렸을 때 내과에 가면 얘기하는 정도로 증상만 이야기하거나, 거기에 조금 덧붙여 10분 내외로 상담을 하는 것을 뜻한다. 내가 처음 선택했던 병원도 이 병원이었고, 처음 고르기에 가장 적당한 병원이라고 생각된다. 첫 번째로는 합리적인 가격에다 두 번째로는 스스로의 병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정신과로 갔던 그 시절의 내겐 우울증이라는 게 너무 무섭고 크게 다가왔다. 정신과를 생각하면 침대에 묶여 발버둥 치는 환자가 떠올랐고, 정신과 약에 관한 무시무시한 소문도 두려움을 잔뜩 안겨줬다. 내가 '정신병자'라는 게 겁이 났다. 인정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에 간 뒤, 테스트를 하고 의사 선생님에게 진짜 우울증이라고 들었을 때, 그제야 인정하게 됐다. 그리고 병원을 가면 갈수록 내과에서 콧물이 나와요, 목이 아파요 하듯 악몽을 꿔요, 밥 먹기 싫어요 하다 보면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느껴진다. 아, 이건 정말 그냥 아파서, 그 증상을 고치려고 약을 먹는 거구나. 이것이 아직까지 당신의 병에 확신이 없을 때 가장 좋은 선택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 상담과 약을 병행하는 병원


정신과라고 생각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떠올리는 병원이 아닐까 싶다.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아 티슈로 눈물을 닦는 환자... 뭐 그런 것.

상담을 병행하는 병원은 상담 시간에 따라 금액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내가 갔던 곳은 40분~1시간 정도 상담을 하는 병원이었고 예약제로 운영이 되었다. 내가 우울증을 완치하게 된 병원이 바로 이 병원인데 우울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이쪽으로 가는 게 좋을 것이다.

상담을 하면 정확한 원인이 뭔지 점차 파고들게 된다. 약을 먹는다고 해도 원인을 없애는 건 아니라서 우울증이라는 병을 없앨 수는 없다. 물론 과정이 당연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원인을 찾아내고 그 원인을 제거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좋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울증이라는 병이 나아가길 바란다면 상담과 약을 병행하는 곳을 강력 추천한다.








정신과라는 특성상 나뉠 수 있는 부분은 위에 다루었으니, 이번에는 병원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나눌 수 있는 큰 갈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바로 병원의 크기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쉽게 말해 동네병원과 커다란 종합병원을 둘 다 다녀봤으며 이 두 가지를 비교해 보겠다.



1. 작은 병원


동네에 있는 일반적인 정신건강의학과를 일컫는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곳과 둘 다 가능한 곳, 예약이 불가능한 곳도 있으니 미리 전화해서 알아보면 좋다. 차이점은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곳이 기다리는 시간이 짧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약과 현장을 동시에 하는 곳도 인기가 많은 경우 예약을 하고 갔는데도 밀려서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곳이 많다. 그리고 예약을 못한 경우는... 필자는 1시간 40분을 기다려 본 적도 있다.

같은 소형 병원이라도 각각마다의 차이점이 있겠으나 내게는 모두가 '나'라는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고 느꼈다. 모든 정신과가 병원 내에서 약을 제조해 주었으며 따라서 따로 약국을 갈 필요가 없었다. 이건 내가 간 병원과 주변인들이 겪어본 곳 모두 그랬으나, 혹시나 아닐 가능성도 닫지는 않겠다.



2. 큰 병원


동네 병원은 잘 못 볼 수도 있다며 부모님이 예약해 큰 병원에 가게 됐다. 예약 날짜도 가장 빠른 게 한 달 뒤였고 예약날 예약시간 전에 찾아갔는데도 꽤 기다려야 했다. 사람이 매우 많았으며 이 기다림은 동네병원에서 예약하고 기다리는 것보다 더 길었다. 이곳의 의사 선생님은 '나'라는 사람에 집중하기보단 내 병에 집중했고, 그 결과로 끝없이 늘어나는 약을 볼 수 있었다. 약만 먹는다고 케어가 되지 않았고 이곳은 약간의 상담조차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증상을 말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약만 불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대형병원은 병원 밖의 약국에서 약을 받아와야 했다. 물론 이곳만 그런 걸 수도 있겠으나 나의 경험은 그랬다.

선생님께서 우리 부모님께 정신과는 큰 병원이나 작은 병원이나 다를 게 없다고 하셨는데 그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사실 내 경험으로만 따지자면 작은 병원이 훨씬 나은 선택지로 보인다. 거리도, 시간도, 돈도, 심지어 약까지 불편한 것 투성이었으니 이왕이면 가까운 병원을 찾으시길 당부드린다.








이번에는 내가 병원을 어떻게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위에도 말했듯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후기는 당연히 뒤로하고 가장 첫 번째 병원을 선택했을 때엔 일단 그 지역 내에 있는 정신과를 모두 확인했다. 그리고 보았을 때 거리도 신경 썼지만 가장 신경 쓴 것은 이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긴 방법이긴 한데 나는 가장 전문적으로 보이는 이름의 병원을 찾았다. 처음 간 병원은 지역이름+신경정신과였고 그 이름이 뭔가 잘 고칠(?)것 같아서 선택했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상담시간 5~10분 정도로 적당했으며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그다음으론 거리와 접근성을 중점으로 봤다. 집에서 15분 이내로 갈 수 있고, 근처에 지하철 역이 있는 걸 선택했다. 우울증이라는 병 자체가 어떤 특이사항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최대한 가까울수록 좋으며, 역 근처를 고른 이유는 가격이 꽤 나갈 것 같지만 그래도 무언가 전문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한 선택이었다. 또한 첫 번째 병원에서 너무 오래 기다린 경험이 쌓였고, 그에 따라 병원을 가기 싫어지는 상황도 겪었기 때문에 100%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병원을 찾았다. 사실 예약을 했는데도 기다리는 상황의 답답한 기분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친한 친구는 병원에 다니다가 기다리는 게 너무 싫어서 예약 날짜가 지났는데도 며칠이나 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당연히 먹고 있던 약을 강제로 끊게 된 모양새에 상태가 훨씬 더 나빠졌다. 병원을 다시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때문에 이것 역시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런 적이 없지만 너무 유명하다고 알려진 병원은 가지 않는 게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주위에 잘 고친다며 유명하다는 병원에 간 사례를 보니 어떤 경우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쌌고, 어떤 경우는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그리고 아무리 잘 고치는 의사라고 해도 당신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정신과는 선생님과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같지 않듯 의사 스타일도 모두 다르며 가장 잘 맞는 선생님을 찾는 게 완치로 갈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3개월 동안 다녔는데도 의사 선생님과 성향이 너무 다르다고 느낀다면 그때 병원을 변경하는 것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간단하게 정리를 하며 글을 마무리해보겠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정신과에 가야 할 것 같긴 해요

1) 집에서 15분 내외 거리

2) 상담 10분 정도와 약을 병행하는 병원

3) 큰 병원 말고 작은 병원을 추천합니다



*나는 정신과를 가볼만큼 갔고, 낫고 싶어요

1) 집에서 15분 내외 거리

2) 상담 30분 이상과 약을 병행하는 병원

3) 100% 예약제 작은 병원을 추천합니다

4) 병원이 맞지 않다고 느껴도 3개월은 다녀보고 변경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오늘보다 덜 아픈 내일이 되고, 결국 평범한 삶을 다시 영위할 수 있으며, 길었던 우울증과의 기록을 추억으로만 남길 수 있도록 바라겠다. 이렇게 나는 살기로 선택했다는 모두 끝이 났다. 궁금하신 부분이나 오류가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시길!





사진: UnsplashJohn Schno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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