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뜨루의 클래식 Jun 05. 2017

손바닥 클래식 #12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악기는?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해서

안녕하세요?

오늘은 악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음악가에게 악기는 애인과 같은 존재입니다.  

때로는 부부관계, 보물 1호라고 칭하기도 하죠.

분명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존재이기에 소중하겠지만, 악기가 고가일수록 더욱 조심스럽겠죠?ㅎㅎ

그래서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악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할게요.


오늘은 현악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은 2010년 전 세계에 499대밖에 없다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도난당했습니다. 

당시 21억에 구입했던 악기는 3년 뒤에 발견되어 2013년에 24억에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가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는 그녀가 ‘몇천 원짜리 샌드위치를 먹으려다가 21억 원을 잃어버렸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을 기사 내용과는 달랐습니다. 


다음은 김민진 씨의 회고록입니다. 

“그날은 함께 있던 첼로 연주자가 자기에게 맡겨두고 다녀오라 했다. "절대 안 된다."라고 했는데, 하도 우겨대서 얼떨결에 두고 갔다. 그런데 바로 그의 옆에 있던 것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너무나 큰 충격으로 거식증에 걸렸다. 연주도 하지 못하게 됐다. 녹음 계약은 잇달아 취소됐다. 보험을 일부만 들어놔서 자본소득세 내고 생활비 대다 보니 금세 없어졌다. 빚더미에 빠졌다. 3년 뒤 발견된 바이올린의 소유권은 보험회사로 넘어갔다. 경매로 팔려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다. 이후 절망의 수렁에 빠져 살았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38세 나이에 새삼 회고록을 쓰게 된 것은 이제 그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과거를 받아들이고 새 삶을 살기 위해서다. "내 일생의 사랑이 다른 사람 곁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생각만 해도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젠 나도 새로운 사랑에 정을 주려 한다. 그만 그이를 잊고 새 사랑과 함께 살아보련다."  
(출처_ 조선일보 2017.05.04. 기사)

연주자들에게 악기는 단순한 자산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애인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었죠?ㅎㅎ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의 회고록을 보니 절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안타깝습니다.





1. 스트라디바리우스란?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의 악기 제작자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악기입니다. 

1600년대 초반에 이탈리아에서는 독주 악기와 관현악이 함께하는 연주가 많아지면서, 소나타와 협주곡이 성행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독주 악기가 연주하는 곡이 많지 않았기에, 악기들이 대부분 개량이 덜 된 상태였는데

솔로 연주의 기회가 많아지니 점점 섬세하고 명확한 소리,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악기가 필요하게 된 것이죠. 

이 때문에, 음색이 예리하고 아름다우며 소리가 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고의 명기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그의 생전에 1000개가 넘는 악기를 만들었는데, 현재는 바이올린 540대, 비올라 12대, 첼로 50대가 남아있으며 1710년 이후의 제품이 가장 평판이 높다고 해요.

남은 악기중 모든 악기가 연주에 쓰이는 것은 아니며, 연주가 불가능한 악기와 보존해야하는 악기들이 있어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악기는 500여개가 남았습니다.


공개 경매에서 최고의 값이 매겨진 스트라디바리우스는 2005년 뉴욕에서 테넌트 부인에게 $2,032,000에 낙찰되었고, 사적인 매매에서는 더 비싸게 팔린 적도 있다고 합니다.

바이올린은 1600만 달러(180억 원), 비올라는 4500만 달러(510억 원) 수준이 최고가라고 하네요.^^;;



2.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의 비밀


학자들이 연구한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의 비밀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 가지 정도 이야기해볼게요.


첫째는 현악기의 'f자 구멍'인데, 오래된 악기일수록 구멍이 가늘고 길어지며 뒷면이 두꺼워진다고 합니다. 

이 구멍으로 인해서 소리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장인들이 계산하여 만든 것이 아니라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서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만약에 정확한 수치가 있었다면 오늘날에도 명기들을 만들 수 있었겠지만, 순전한 그들의 귀에 의존했기 때문에 같은 악기를 만들기 힘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유럽 대륙의 한파 때문인데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유럽 대륙이 극심한 한파에 시달렸던 1645년과 1715년 사이에 자란 나무들로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나무들은 추운 곳에서 느리게 자랐기에, 나무 자체의 밀도가 낮고 탄성이 높아서 소리의 파동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해요. 



3. 음악가들은 악기를 전부 구입하는가?


이 어마어마한 가격의 악기를 모든 음악가가 구입해서 연주하지는 않습니다. 

국제 콩쿠르 우승 혜택으로 악기를 대여받기도 하고, 재단으로부터 대여받아서 사용하기도 하죠.

첼리스트 정명화의 첼로는 1978년 뉴욕에서 20만 달러로 구매한 스트라디바리우스입니다. 

몇 년 전 '승승장구'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정경화가 함께 출연하여 '내 보물 1호'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또한 동생이 정경화 님은 과르넬리를 2대 소지하고 있다고 밝혀서 화제가 되었죠.ㅎㅎ


사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악기의 가격이 얼마인지, 그 액수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 보다 더 높은 예술적 가치, 문화유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죠.

정명화, 정경화 자매가 '승승장구'에 나와서 한 말이 생각나네요.

"이 악기는 돈이 있어도 함부로 가질 수 없어요. 악기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악기와의 교감이 이루어져야 연주가 가능합니다."




뜨루의 클래식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 연재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바닥 클래식 #11 지휘자가 꼭 필요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