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뜨루의 클래식 Jan 26. 2017

쇼팽의 'Etude Op.25 No.11 '겨울바람'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영하 10도를 웃도는 날씨로 인해  외출할 때 옷을 한껏 여미게 되는 것 같아요.

겉옷에 얼굴을 포옥 파묻고 어깨를 잔뜩 올려, 온몸이 움츠러 들게 되기도 하고요.

가뜩이나 춥고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불면.... 살이 베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되죠ㅜㅜ

왜 이렇게 추운날씨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가 싶으시겠지만...ㅎㅎ

오늘 소개할 곡이 바로 이 추운날씨에 관련된 곡입니다.


피에트 몬드리안의 '회색 나무'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혹자는 이 곡을 들으면 몬드리안의 <회색 나무>가 떠오른다고 해요.


<회색 나무>를 보고 제가 느낀 감정은 쓸쓸함, 건조함, 다가가기 힘든 차가움이었어요.

휘어있는 나무 기둥과 함께

위로 힘차게 솟아오르지도, 아예 아래로 쳐지지도 않고,

자기네들끼리 엉켜있으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길게 뻗은 가지의 모습이

마치 이 곡의 분위기와 꽤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쇼팽의 에튀드 Op.25 No.11 '겨울바람'입니다.


먼저, 쇼팽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해볼께요.

혹시, 제작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기억하시나요?

국제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로 인해서 우리나라에는 쇼팽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죠^^

저도 그때 당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주위 사람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리고 얼마전에 조성진군의 리사이틀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는데,

예매페이지가 올라오자마자 전석이 매진되어서... 좌절 했던 기억이 납니다ㅜㅜ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쇼팽은 폴란드 출생의 작곡가입니다.

하지만 그의 생의 대부분은 조국을 떠나 있었기에 그는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작품으로 많이 표현했었죠.  쇼팽의 곡은 대부분 피아노 곡이며 많이 연주되는 곡도 피아노를 위한 곡들입니다.

다른 악기들을 위한 곡도 쓰긴 했지만 연주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가 쓴 피아노곡들은 피아노 연주법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까지 많은 연주자들에게 혹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쇼팽은 꽤나 왜소한 체격에 조용한 성격을 가졌다고 해요.

문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키가 160cm가 채 되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고요.  

비록 서른아홉살이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194곡의 피아노 곡에는 그의 짧은 인생이 다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 할 곡은 에튀드 입니다.

에튀드는 다른 말로 연습곡이라는 뜻인데요.

예전에 피아노 학원에서 하논이나 체르니를 쳐보신 적이 있나요?

저도 피아노를 배울 때, 하논과 체르니 같은 연습곡들을 열심히 쳐야된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당시엔 너무 치기 싫어서 선생님이 동그라미를 10개 쳐주시면

한번 치고 2개를 색칠해 가는 귀여운(?) 거짓말을 했었는데...ㅋㅋㅋㅋ

아마 선생님은 다 알고 계셨을거예요ㅎㅎㅎ


본론으로 돌아와서,

에튀드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정에 널리 퍼지면서 이를 잘 연주하기 위해서 생기게 된 것인데요.

쇼팽은 이러한 연습곡들을 연주회에서 사용해도 될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 놓았습니다.

테크닉을 익히기 위한 것을 넘어서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작곡한 것이죠.

그리고 현재, 에튀드는 음악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뗄레야 뗄수 없는 입시곡입니다.


쇼팽의 에튀드를 들을 때 가장 헷갈리는 것이 작품번호 일 것 같아요.

쇼팽의 에튀드는 Op.10과 Op.25 두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이 카테고리 안에는 각각 12개의 곡들이 있는데, 모두 각각의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제목들은 모두 후세의 여러 사람들이 붙여 준 것입니다.  



쇼팽이 '겨울바람'(Op.25 No.11)을 작곡할쯤에는 폐결핵을 앓았고 연인이었던 보진스키와도 이별하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나 지쳐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조용한 주제 선율로 시작하는 곡은 끝날때까지 절망적인 느낌을 줍니다.

왼손에서 울리는 주제 선율과 오른손에서 이어지는 빠른 아르페지오는 연주자들에게 꽤나 부담스러운데

템포까지 빠르다보니... 이 곡은 에튀드 중에서도 최고난이도를 자랑합니다^^


위 악보는 '겨울바람'의 첫페이지 입니다.

맨 윗줄에 잔잔하게 선율을 연주하는 4마디는 출판전에 친구의 권유로 삽입하게 된 것이라고 하네요.



쇼팽의 피아노곡이 피아니스트들의 주된 레파토리로 사랑받는 만큼,

그의 곡을 멋지게 연주한 피아니스트들도 많아서

어떤 연주를 소개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폴리니와 키신, 리히터의 연주를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아! 그리고 주의사항은 처음에 소리가 작다고 볼륨을 올려놓으면

깜짝!*_* 놀라게 되실거예요~~ 볼륨조절은 필수*



18세의 나이로 쇼팽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을 한 폴리니는 쇼팽 에튀드 연주의 정석이라고 불려요. 한음도 놓치지 않는 정확함이 특징인 그의 음악은 음대 입시생이라면 꼭 들어야 하는 연주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YJMIIxm1bGo     


다음은 쇼팽하면 생각나는 피아니스트인 키신입니다.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키신은 국제콩쿠르에서 수상한 적은 없지만 오로지 연주로 유명해진 케이스입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친구 말로는 자세가 구부정하고 손 모양이 특이하다고 해요. 그래도 저렇게 잘 치다니....

https://www.youtube.com/watch?v=hnWo8PxrOR4


  

다음은 리히터의 연주입니다. 섬세한 연주를 보여주는 리히터의 무대를 보면 유독 조명이 어둡죠? 리히터의 팬인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연주는 좋아하지만 무대에 올라가기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GwW2IaH3HHQ



세명의 연주를 모두 들은 제 친구의 감상평입니다ㅎㅎㅎㅎㅎ

친구P:
폴리니는 이성적이고 냉정한 바람의 느낌이라면
리히터는 되게 어두운 느낌의.. 약간 어둠과 두려움이 몰려오는 것같은 느낌의 바람이고
키신은 되게 격정적인 바람이야 다 집어삼킬 것 같아ㅋㅋㅋ


어떤 연주자의 '겨울바람'이 여러분의 마음에 닿았나요?


뜨루의 클래식은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 (라바 거미편 OS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