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사람’ 여행기
말이 많지 않은 것도, 공감을 은근하게 부추기는 것도 아니어서 더더욱 좋았다.
타인과 자신의 어떤 것이든 대상화하고 재가공해 그렇지 않은 듯 실은 무척 그런,
더 많은 것에 닿고 싶고, 가능한 만인을 품어내고 싶은 탐욕과 인지부조화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아프고 힘겨운 날들을 지나오면서 눈이 떠지는 순간,
사방에서 모든 감각의 통로로 밀쳐 들어오는,
할 말이 너-무 많은 영상과 글들에 멈칫, 하거나 쪼그라들어 일단 그 순간은 뒷걸음치곤 했었다.
스스로도 깊이와 너비를 가늠할 수 없는 통증과 무력감을 버티던 시간들에
그냥 묵묵히 안아주고 기댈 틈, 을 내주는 듯한 영화를 우연한 선택으로 ‘전주’에서 만나게 됐고,
보는 내내, 그 후로 지금까지도 떠올려지는 잔상들만으로도 온기가 퍼지는 듯한 미소가 돼주었다.
브금으로 왠지, 이상은의 ‘외롭고 웃긴 가게’ 앨범을 틀어두고픈 영화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나영이 부르는 ‘백현진’의 ‘빛’을 내내 흥얼거리게 되는 후유증도 생겼다.
오늘(23.05.31) 에피소드 2차 오픈 날이라고 하니, 이번 주말이 괜히 두툼해진 듯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