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을 읽고
그래, 저기 어디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 가서 꼭꼭 숨어야겠네. (...) 그냥 저 숲 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책 제목인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은 책에서 처음 등장할 때 무단결석 단속원을 피해 카야가 숨어야 할 장소로 묘사된다.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은 숲 속 깊은 곳이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카야는 그러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가족들은 모두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숨 쉴 때마다 아픔이 느껴지는 삶을 끝끝내 버텨내고 행복에 이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혼자가 되었지만, 혼자이지 않았던 카야의 삶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카야에게는 두 가지의 사랑이 찾아온다. 첫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잘할 것이라며 격려해 주었던 테이트와의 사랑이다. 테이트는 한 때 카야를 떠났지만 다시 카야를 찾아오고 사랑을 약속한다. 두 번째는 체이스다. 체이스는 카야의 습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를 사랑하기 위해 자신의 한 조각을 내려놓기도 한다. 체이스는 그녀의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 지키지 못할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고 자신의 필요를 위해 카야를 이용한다. 체이스는 카야를 행복하게 해 준다며 돈을 모으고, 함께 살 집을 살 것이라며 이야기한다. 하지만 카야가 기대했던 그 모든 것들은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사랑이라는 게 잘 안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실패한 사랑도 타인과 이어주지.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 우리를 봐. 지금은 이렇게 서로가 있잖아. 카야, 테이트를 사랑하면 다시 한번 모험해 봐."
자신을 떠났었던 테이트에게 카야는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 편이 두 번 다시 상처받지 않을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테이트는 카야에게 있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가끔 길을 잃어도 “괜찮다”며, “나도 종종 그런다”며 카야 곁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돌고 돌아 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한평생을 함께 살아간다. 카야를 위해 머나먼 행복을 약속했던 체이스보다 카야가 스스로 행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격려한 테이트의 모습에서 깊은 대비를 느낀다.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삶 속에서는 그 어떤 아름다운 것도 빛을 잃고 만다. 카야의 삶이 점핑과, 메이블과, 테이트와, 그리고 책과 시로서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기에 그녀는 묵묵히 살아낼 수 있었고 행복에 이를 수 있었다. 도망치는 삶에서 벗어나 그녀는 당당히 세상과 마주한다. 누구보다도 그녀 다운 모습으로 이 세상을 살아낸다.
독립을 하고, 퇴사를 한지도 이제 한 달이 흘러간다. 직장에 다닐 때는 “이 길이 맞는 길일까?”하는 고민이 많았다면 지금은 “이 길을 걷고 있는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길은 과연 실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독 속에 사유라는 결실을 맺는다는 한 가수의 인터뷰처럼, 나도 요즘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이 세상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떤 삶에서 사람은 행복을 느낄까? 자신이 자신다운 모습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삶의 순간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깊이 들이마시며, 그 행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때, 깊이 연결된 감각을 느낄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