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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코밀 Dec 20. 2023

생각에서 걸어 나오라

마음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상담이론

심리상담 대학원 1학차에서는 상담이론, 이상심리, 발달이론, 그리고 심리검사에 대한 과목을 배웁니다. 저의 매거진 연재를 통해 나만의 심리상담이론 해석과 대학원 적응기를 쓰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발표를 많이 시킨다. 남에게 설명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직장에, 살림에 쫓기면서도 설레고 재미있기도 하다. 그리고 내게 이토록 발표불안이 많은 줄 미처 몰랐다. 발표할 때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은 그 불안을 감추려 하지 말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발표에 앞서 ' 떨리네요. 하지만 잘해볼게요.' 하고 한마디 덧붙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떨려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남이 하면 쉬워 보여도 내가 하면 어려운 게 발표다.


대학원 수업에서 나의 첫 발표는 마음챙김에 기반한 상담이론이다. 마음챙김도 자기 자비(self-compassion)의 한 요소이고 이 둘의 관계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기도 하다. 두 개념의 서로 원인이 되기도 결과가 되기도 하는 그런 사이이다. (다음 편에 자기자비에 대해 올릴 예정이에요)



마음챙김은 무엇인가

마음챙김 이론은 인지치료 상담이론 쪽에서 제3의 물결에 해당되는 만큼 지금 학계에선 '핫'하고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그만큼 많은 적용과 효과들도 함께 연구되고 있다. 마음 챙김은 본래 불교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불교사상은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길을 추구하는 종교이자 철학체계로 사성제(고집멸도)라고 하는 네 가지 진리에 안에 마지막 도제가 고통을 치유하는 그 수행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도제의 내용에 따르면 철저한 자기 관찰을 통해 삶에 대한 근원적 통찰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불교의 관법수행, 즉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마음에 떠오르는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여 깨달음을 얻는 수행법, 사띠(sati), 이것이 곧 마음 챙김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mindfulness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명상이 그 예이다. 우리에겐 어쩌면 익숙한 개념이기도 한데 서양의 학자들에겐 궁극적으로 마음챙김이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라 여겼을 법하다.  자기수양이야 말로 우리가 삶에서 고요하게 나를 지키고 타인들과 조화로운 삶을 만드는 게 최고의 조건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늘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우리 인간은 늘 과거에 집착하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심리적인 부적응을 일으킨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여기에 존재하며 now를 온전히 느끼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노력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마음챙김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 비판단적으로 주의집중하여 명확히 알아차리는 것이고, 그리하면 우리는 생각과 감정을 현실이 반영이 아닌 내적인 정신적 사건으로 자각하는 능력, 즉 자기 자신을 생각과 감정에서 분리하여 거리를 두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가끔 우리는 어떤 사건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부적절한 감정으로 맞이하곤 한다. 그것에 대체되는 다른 대안은 절대 없다는 듯이 말이다. 어떤 감정이 나를 괴롭힐 때, '아 또 오는구나.' 생각에서 감정을 분리하려고 하는 연습은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억지로 부인하거나 억압하라는 말이 아니다. 수용하라는 말이다. 말은 쉽지만 우린 늘 잘 안된다.


언제가 Feelings are just visitors. 란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인간은 늘 감정에 사로잡히고 감정으로 인해 많은 판단을 하고 동기부여되며 행동하는데 어찌 감정에 사로 집히지 않은 채로 살 수 있다는 말인지. 그런데 이제 보니 알겠다. 하나의 사건에 한 가지 감정만 고수하는 것이야 말로 심리적 부적응이라는 것을. 이것 아니면 안 돼.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실패한 거야.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마음 챙김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에게 심리적인 유연성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것 말고 다른 감정도 가능하다는 작은 진실을 아는 것이 바로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 싶다. 그러려면 나의 생각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걸어 나와서 나를 바라봐야 한다. 감정과 생각 사이에 공간을 마련하고 잠시 바람을 통하게 두는 것이다. 그래야 그 공간 사이로 바람이 흐르듯이 물이 흐르듯이 다른 생각도 가능해진다. 이것이 내가 이해해한 마음챙김이다. 그리고 자기자비이다.


이것은  인지적 탈융합이라고도 하는데 실은 이를 가리키는 많은 개념들이 있다. 메타인지라고도 하며, 관찰하는 자기라고도 하며, 초월적인 자기, 영적인 자기 등이 그것이다. 자기 생각에서 걸어 나와서, '생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보도록' 훈련하는 것을 말한다. 인지적 탈융합은 마음 챙김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치료, ACT(수용전념치료) 핵심개념이다.  ('탈융합이라는 말은 수용전념치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아래 참고한 책에 나와 있다.)


마치 당신이 늘 노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면서 그것을 쓰고 있는지조차 까맣게 잊고 사는 것과 같다. 탈융합은 선글라스를 벗어서 얼굴에서 20cm 떨어뜨려 놓는 것과 같다. 그때에야 당신은, 노란 세상만을 보는 대신에, 선글라스가 세상을 어떻게 온통 노랗게 보이게 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탈융합 기법은 고통을 제거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이는 더 폭넓고 유연한 방식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방법이다.  -마음속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새로운 수용전념치료)


우리는 힘든 일을 만났을 때 감정적으로 압도되어 그 안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될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일단 내가 그 생각을 하고 있구나.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하면 조금씩 마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잠시 떨어져야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수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내 눈앞 바로 앞에 당신보다 1미터 떨어진 당신이 전체적으로 더 잘 보이듯이 말이다.  마음에 작은 공간을 허락해 보자. 그래야 바람이 통하고 그래야 우리도 살 수 있다.




참고문헌 : 마음속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새로운 수용전념치료)/ 스티븐 헤이즈, 스펜서 스미스 공저, 학지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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