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코밀 Dec 22. 2023

남에겐 쉬운 자기자비

자신을 위로하는 새로운 방법

예전에 자기자비와 관련하여 브런치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자기자비의 개념과 훈련 등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는 크리스틴 네프의 '러브 유어 셀프'란 책을 읽고 3편에 걸쳐 자비자비를 위한 글을 썼다. 한때 자기비난과 자기비판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힘들게 하던 내게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었다. 내가 나를 스스로 위로할 수 있다는 개념이 그토록 생소하게 다가오긴 처음이었다.(하단 링크 참조)


self- compassion, 자기자비는 가끔 자기연민으로 번역이 되기도 하는데 같은 의미이다. 하지만 '연민'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복합적이고 감정적인 의미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자기연민'이라는 해석보다는 '자기자비'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학계의 의견이 있다. (관련논문 하단 참조)


'자비'는 어려운 이를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것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특히 불교에서 기본 가르침 중 하나이기도 하다. self- compassion과 이에 기반한 MSC(Mindful self- compassion) 프로그램을 개발한 Neff 와 Germer도 자비(compassion)라는 개념이 불교적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심리학에서 보는 자비는 '돌본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기자비는 자신을 돌본다는 뜻이다. 우리는 남은 잘 돌보지만 평소 자기 자신을 많이 돌보며 살지는 못한다. 우리가 행복하고 기쁠 땐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행복할 때 애써 '이 행복아 물러가라'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힘든 사건과 마주하였을 때 우린 헤어 나오려고 하기보다는 계속 자신을 어려움 속으로 몰아넣거나, 자책하거나, 더 비난하기 일쑤다. 자기자비는 매 순간 내게 자기비난과 자기비판이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꺼내드는, 그것은 마치 쓴 약을 먹고 난 뒤에 먹는 달콤한 사탕처럼 나를 자기비난에서 끌어올려주는 위로이자 해방책이 되어줄 수 있다.


자기자비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크리스틴 네프의 자기자비 self-compassion 사이트에 가보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당장이라도 가입 버튼을 누르고 싶을 만큼. 그녀의 저서에서는 자기자비를 위한 3가지 핵심요소가 있다. 자기친절, 보편적 인간경험, 마음챙김이 그것이다. 그중에 자기친절이 바로 자기자비에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자기친절이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끊임없이 내부에서 벌어지는 자기판단과 비난을 멈추는 일이다.  자기친절은 자기비판을 멈추고 나아가서 어려움에 빠진 소중한 친구를 위로하듯이 우리 자신을 적극적으로 위로하는 것이다. (유색 처리 부분은 '러브 유어 셀프'책에서 인용) 그녀의 책에서도 그리고 사이트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자기자비는 친한 친구를 위로하듯이 나를 위로하는 것이다.


With self-compassion, we give ourselves the same kindness and care we'd give to a good friend. /  Dr. Kristin Neff


친한 친구에게 하는 위로를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이 얼마나 다를지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다. 같은 일을 당했을 때 만약 내 친한 친구가, 아니면 내 엄마나 자녀가 이 일을 겪었다면 나는 뭐라고 얘기할까 하고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래 내가 마음챙김에 근거한 상담이론에 대해 발표를 할 때 들었던 예를 들면 이렇다. (실제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운전에 미숙해서 거의 해마다 한번 꼴로 자동차 접속사고를 내는 편이다. 차가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탓에 사고가 날때마다 보험료 인상에 차량 수리비에 매번 잔소리를 감안해야 한다. 그 잔소리 보다도 내가 나에게 느끼는 수치심과 자책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 같은 건 운전은 하지 말아야 해. 하고 끝없는 자기비난이 올라왔다. 아무도 나의 비참한 기분이 없어지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놀라 쪼그라든 심장 탓에 몇 달 동안은 또 무서워서 운전대를 잡기 힘들겠지. 바보같이 또 사고를 냈어. 하고  비난이 올라오는 걸 막을 길은 도무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같은 내용도 친한 친구가 낸 사고라면 우리는 뭐라고 말할까? 그 대상이 내 아이나 엄마라면? 아마도 '괜찮아. 지금은 놀랐겠지만 몸 다치지 않은 것 만해도 다행이야. 차는 수리하면 되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운전실력도 나아질 거야.'라고 다정한 위로를 더 쉽게 건낼 것이다. 우린 알고 있다. 지금 너 자신을 비난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나를 위로해야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게 왜 나 자신에게는 그토록 어려운지.


저자가 말하는 자기친절은 자기비난을 멈추는 것 이상이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자기친절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자기친절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가능성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자기친절은 적극적인 자기돌봄이다. 이것은 관점을 바꾸기이다. 관점을 바꾸면 달라질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어 본다.


'괜찮아. 망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는 일은 아니야. 네가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고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나는 이해해. 대신 이번 주에는 다른 종업원들에게 좀 더 인내하면서 너그럽게 대하도록 노력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유색 처리 부분은 '러브 유어 셀프'책에서 인용)


'지금 네 상황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 요즘 일상이 너무 바빠서 미처 챙기지 못한거잖아. 이런 비난은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잖아.  다음 번엔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사고를 내서 네가 무척이나 놀랐고 보험료에 남편 핀잔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을 알아. 너의 마음을 이해해. 사고를 내어 당사자에게 미안하고 여러 가지로 좌절스런 마음이 들겠지만 아주 끔찍한 것은 아니야. 그래도 몸이 다치치 않아서 병원에 갈 필요는 없게 되었잖아.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운전은 조금 더 조심하고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익숙해질 거야.'


우리 자신의 인간적인 불완전함에 직면할 때 우리는 친절과 돌봄 또는 판단과 비판으로 반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신 안에 있는 어떤 마음을 지지하고 싶어 하는가의 문제이다. 자기비난을 부드러움과 이해로 감싸 안으면 자기경멸의 힘은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이 고갈되어 시들어 버릴 것이다. 우리의 고통에 친절로 반응함으로써 우리는 기쁘고 만족하면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 '러브 유어 셀프', 크리스틴 네프 저, 2019, 학지사


어려운 일 앞에서 좀 더 나를 비난할 것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나를 위로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로 결정할 것인지는 내게 달려있다. 자기친절은 다만 나를 좀 더 이해하고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첫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경멸은 힘이 세다. 행복한 마음이 강화되듯이 자기비난도 강화된다. 지금이라도 내 소중한 사람에게 하듯이 내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면 된다. 그래야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다. 자기친절 역시 힘이 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참고자료

https://brunch.co.kr/@tryitgo/135 / 자기친절 _ 시코밀 에세이

https://brunch.co.kr/@tryitgo/137 / 자기연민을 위한 두번째 요소(보편적 인간경험)_시코밀 에세이

https://brunch.co.kr/@tryitgo/138 / 자기연민을 위한 마직막 요소(마음챙김)_시코밀 에세이


참고문헌

- '러브 유어 셀프', 크리스틴 네프 저, 2019, 학지사

- 논문, '자기연민과 자기자비', 김정호, 덕성여자대학교, 2023, 한국심리학회지(KCI 등재)

 - https://self-compassion.org by Dr. Kristin Neff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에서 걸어 나오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