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다는 것은

by 시코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아빠의 몸에 마비가 오고 꼼짝없이 병원에서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래서 아빠가 손수 지었던 시골집과 우리 집을 담은 풍경들도 시나브로 변하고 있다. 이따금씩 고향에 갈 때마다 카페가 들어서고 정자가 생겨나고 오고 가는 차량의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그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아빠가 지은 우리 가족의 시골집은 이제 다른 사람이 와서 장사를 하고 엄마의 화단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초라해졌다. 시골집 주차장을 막고 있던 커다란 바위도 치워지고 아빠가 수십 년 전에 집을 지을 때 심었던 나무도 세를 내어준 사람들의 요구에 베어 버리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온 것만큼 더 지나면 이것저것 작은 것들이 하나씩 치워지고 바뀌지고 그래서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겠지. 아빠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채로 수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아빠가 일군 우리의 시골집과 그 배경들은 영영 다른 모습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뭔가 가슴속에서 울렁거린다. 서운함이랄지 야속함이랄지 조금의 분노랄지. 불씨조차 되지 못하는 작은 감정들 말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내게 의미가 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모습이 변하고, 변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옛일은 기억이 가물가물 해질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하는 것은 당연한데 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잊힐까 봐 나는 그것이 두려운가 보다.



우리 집 고양이 코코는 올해 8살이다. 그리고 8 킬로그램이 나간다. 나이에 맞게 몸무게를 늘려가는 거냐고 스타 동물병원 원장님은 물으셨다. 하지만 겁먹은 코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 코코가 언제 8킬로가 되었지? 코코의 어린 시절과 지나온 시간에 대해 생각하려고 애썼는데 잘 생각이 나질 않았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기억이 나지만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기억이 안나는 거다.


8년 동안 우리 곁에 늘 한 식구처럼 있었는데 코코의 늘어진 뱃살은 언제부터였는지 언제부터 몸집이 커졌는지 왜 그렇게 기억이 나질 않는지 순간 멍했다. 늘 같은 모습일 거라 생각했지만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었나 보다.


생후 3개월이었던 코코는 8년 전에 엄마 러시안 블루였던 꼬꼬미와 아빠 러시안 블루였던 밀가루를 뒤로하고 우리 집에 왔다. 겨우 화장실만 가릴 줄 알던 코코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채로 와서는 며칠 동안 집안 구석 어딘가에 숨어서 나오질 않았었다.


두 주먹 안에 다 들어갔던 쪼꼬미 코코는 이제 8킬로 거대 냥이가 되었다. 외동으로 늘 심심했던 나의 딸아이에게 코코는 단짝처럼 같이 쉴 때도 그림책을 읽을 때에도 그리고 티브이를 볼 때에도 워킹맘이었던 엄마의 빈자리를 가끔은 허한 아이의 마음 한편을 알게 모르게 채워 주었을 것이다.


늘 우리 곁에 있어서 같이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아주 조금씩 변해서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어렵고. 우리의 인생은 가끔은 그런 모양이다. 그러다가 결국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 상황을 만나는가 보다. 변해버린 코코의 모습에 지나온 시간들이 통째로 기억이 안 날까 봐 조바심이 났나 보다.


지나온 시간만큼 또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라는 것을 믿어 의심 치는 않지만 앞으로 지나갈 시간은 좀 더 꼼꼼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기억하고 싶다. 그 순간이 힘들고 어렵든 아니면 기쁘고 환상적이든 간에 모든 순간은 결국 길게 보면 우리의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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